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협상에서 배제된 유럽 정상들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했다. 유럽의 방위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우크라이나 파병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럽 정상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최로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다.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덴마크 정상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한 뒤 유럽 '패싱' 위기 속에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서둘러 마련된 회의였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 회의는 유럽의 방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며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가능성은 없지만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대서양 관계, 나토 동맹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상당한 방위비 증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모든 참석자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뜻을 모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를 위해선 EU의 엄격한 재정 준칙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말아야 한단 의견이 대두됐다. 프랑스는 자금 조달을 위한 EU의 공동 채권을 제안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구성 문제에 대해선 균열을 노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억지력을 유지하는 병력 구성을 제안했지만 독일,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는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회의 후 평화유지군 관련 질의에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완전히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이어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주제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토론"이라며 큰 반감을 표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폴란드 군대를 파견하는 건 상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미국과 러시아의 성급한 종전 협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메테 프리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휴전을 너무 서두르다간 러시아가 전열을 재정비해 우크라이나나 유럽의 다른 나라를 공격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