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허가구역 유지가 결정된 지역 주민들은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허가구역 해제 지역은 신고가 거래가 체결되고, 호가가 수억 원씩 오르는 등 쏠림 현상만 더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정비사업(흑석2구역) 주민대표회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토지관리과장 등을 수신인으로 한 ‘토재거래허가구역 취소 및 해제 요청의 건’ 공문을 지난 14일 발송했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잠실, 삼성, 대치, 청담 등만 핀셋으로 규제를 해제하는 불공정한 기준과 잣대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냐”며 “하위 계층이 집약된 주거지인 공공재개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흑석2구역은 문재인 정부 당시 도심 내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공공 재개발’ 사업장이다. 공공재개발은 사업성이 다소 부족해 오랜 기간 사업이 멈춰 있는 재개발 구역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나서 속도를 높여주는 제도다. 2021년 후보지로 선정된 뒤 작년 11월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에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공공재개발을 통해 1012가구 아파트가 이 지역에 들어설 예정이다.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가 된 2021년 1월부터 투기 수요 방지를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의 경우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제한된다. 특히 흑석2구역과 같은 공공재개발의 경우 현재 주거 환경이 열악해 실거주 의무로 인한 매수 수요 제한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결과 4년간 구역의 매매 건수가 4건에 불과하다”며 “구역 물건을 팔고 떠나고 싶어도 팔지 못해 토지 소유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호소했다.
앞서 서울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잠삼대청 지역 291개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 14개 단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흑석2구역과 같은 공공재개발과 투기과열지구 내 신속통합기획 추진 지역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지의 경우 사업의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 분양 신청이 종료돼 권리관계가 최종 확정된 뒤 허가구역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는 이주·철거 직전 단계로 정비사업의 막바지 단계에 해당한다. 정비구역 지정 등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지역의 경우 관리처분인가까지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재산권 침해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가 결정된 목동 7단지 조합 관계자는 “올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5년 차에 접어들며 목동에서는 구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며 “소형 평형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매도 후 갈아타려는 경우도 많은데, 거래가 제한되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잠삼대청 지역 일반 구축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수혜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아파트인 잠실 엘스 전용면적 84㎡는 구역 해제 발표 이전인 이달 11일 28억4000만원에 신고가 매매 계약이 신고됐다. 이 단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가격이 27억원대에 거래됐다. 이번 규제 해제 지역이 강남권 단지들인 점에서 기존 강남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허가구역 지정으로 일시적으로 제한됐던 수요가 몰리며 단기적으로 해제 지역 아파트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