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예고하고 “시간 주겠다” 압박
반도체 쓰는 美 빅테크에도 부담
美 투자 기업엔 예외 조건둘 듯
보조금 약속도 재검토… 예의주시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칩스법(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조건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관세와 보조금이라는 ‘채찍과 당근’ 전략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를 재차 예고하면서 “우리는 그들(기업)에게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한 부과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서 관세를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반도체 관세 부과는 다른 품목에 비해 미국이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 시장에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장악하고 있다. 만약 첨단 메모리에 고율의 관세가 붙는다면, 이를 사서 써야 하는 구글, 애플 등 미국 빅테크가 불리해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 내 생산되는 반도체만으로 빅테크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 생산 기지를 둔 미국 기업 인텔, 마이크론도 관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에 예외 조건을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케이스를 구분해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이나 동맹국의 최첨단 반도체에 대해선 관세를 매기지 않거나, 미국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의 제품은 봐주는 식이다.
보조금의 경우 법으로 확정된 내용이기 때문에 없던 일로 하기 어렵겠지만, 지급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하워드 러트릭 미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칩스법 보조금에 대해 “내가 계약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약속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관세와 보조금 두 가지를 미국 내 생산 기지 건설의 유인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TSMC부터 트럼프의 채찍과 당근 전략에 타격을 입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가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경영난에 처한 인텔의 공장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업계는 미국이 다른 국가 기업보다 반도체 관세에 취약한 TSMC에 ‘인텔 구하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TSMC를 보유한 대만은 전체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2022년 기준). TSMC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64.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TSMC가 인텔 지분을 인수하면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 기술력과 반도체 공장 운영 능력이 유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다.
조민아 기자(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