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급증에 리테일 부문 중요성↑
한화·유안타證, 신형 MTS 경쟁력 제고
변동성 국면 지속에 수익성 확보 중요
중소형 증권사들이 신규 MTS 출시 등을 통해 리테일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안 = 황인욱 기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간 기업금융(IB)부문에 치우쳤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리테일(소매금융)부문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리테일에 강점을 지닌 대형사들이 작년 영업익 1조원 달성에 줄줄이 성공한 가운데 중소형사도 체질 개선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교보·한화투자·유진·IBK투자·LS증권' 등 중소형사들은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선과 해외주식 서비스 신설, 신규 투자상품 출시 등을 통한 리테일 경쟁력 강화에 돌입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새로운 투자 플랫폼인 '한화투자증권 MTS'를 선보이며 인공지능(AI)기술을 통한 해외주식 정보 제공 편의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MTS에 탑재된 'AI토픽 검색'과 'AI뉴스 요약', '해외 홈 화면' 등 신규 서비스는 해외투자의 허들을 낮추는 데 맞춰졌다.
유안타증권은 전날 국내주식처럼 20개의 호가(매수·매도 각 10호가) 정보와 잔량까지 확인할 수 있는 '미국주식 실시간 20호가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미국주식 실시간 투자정보 콘텐츠' 제공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작년 11월 새로 내놓은 MTS인 'NEW 티레이더M'에 담아 플랫폼 경쟁력을 제고했다.
교보증권은 100% 증거금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 해외주식 프리마켓 거래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 서비스는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미국·캐나다·영국·일본 등 10개국의 상장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증권사들이 MTS와 해외주식 서비스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건 최근 몇 년째 이어진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증가세와 맞물려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액은 1652억5048만 달러로 작년 말(1587억1537만 달러)과 비교해 한 달 보름 만에 벌써 4.12%(65억3511만 달러)나 증가했다.
외화증권 보관액은 지난 2022년 이후 3년 째 증가세다. 보관액은 2022년 말(766억8632만 달러)과 비교하면 115.49%(885억6416만 달러)나 급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주식 거래대금은 크게 감소했으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유례없는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며 "작년 4분기 국내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원으로 3분기 대비 12.2% 감소했으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58조원으로 같은 기간 34.9% 증가하는 등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품 판매 라인업 확장을 통한 리테일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전체 자산의 50% 이상을 미국 중기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간접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그룹 계열사인 유진자산운용이 개발했다.
LS증권은 미국 달러에 여유자금을 투자하고 미리 약정한 금리를 지급받는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을 출시했다. 외화 RP는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고객이 매수하고 일정기간 경과 후 약정 가격으로 증권사에 환매하는 조건의 확정금리 상품이다. 회사는 이 상품을 영업점 뿐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MTS)과 MTS를 통해서고 가능하게 해 접근성을 높였다.
IBK투자증권은 EPI 어드바이저와 협업해 글로벌 자산에 배분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EPI 어드바이저의 글로벌 자산배분 모델을 활용해 개별 자산 ETF 데이터를 결합해 최적의 포트폴리오 비중으로 운용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연합뉴스
중소형사들이 리테일 부문 강화에 나선 건 작년 대형사들이 리테일 부문 성과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을 일군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익 합은 총 5조5636억으로 전년 대비 147.98%(3조3200억원) 증가했다.
특히 NH투자증권(9011억원)을 제외한 4곳이 영업익 1조원을 넘어섰고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순익이 1조391억원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가팔랐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형사에 미치지 못하나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흑자로 전환하며 사업 다각화에 모멘텀을 확보했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 등이 감소된 영향이다.
업계는 올해 증권업이 해외주식 투자증가와 시장 변동성 확대, AI 도입 가속화 등 다양한 환경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와 리테일 부문 강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특성상 수익 극대화 자원에서 자기매매를 통한 자산 확대 및 운용이익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은 변함 없다"며 "현재와 같은 변동성 국면이 지속됨을 가정할 때 수수료와 이자이익 성장세를 바탕으로 방어력을 갖춘 증권사가 안정적 이익 성장을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인욱 기자 (devenir@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