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근소세 64.2조, 법인세 62.5조
야당, 구간별 과세표준 조정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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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국세 수입에서 직장인이 낸 근로소득세 비중이 기업이 낸 법인세와 비슷하거나 넘어섰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근로소득세 개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만 가중된다는 지적에 소득세의 구간별 과세표준을 조정하는 등의 개편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세수 감소 등의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개편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4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0조원가량의 ‘세수 펑크’ 상황에서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64조2000억원인 반면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는 62조5000억원이었다. 국세 통계를 집계한 이래 근로소득세 비중(19.1%)이 법인세(18.6%)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17일에는 지난해 근로소득세가 61조원으로 법인세(62조5000억원)와 비슷하다는 임광현 민주당 의원실 분석이 나왔다. 두 분석이 다른 것은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집계 여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 의원실 자료는) 전체 근로소득세 수입에서 저소득층 등에 지급하는 근로·자녀장려금을 빼서 집계해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쟁이들의 세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야당은 근로소득세 개편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SNS에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 상황임에도 누진세에 따라 세금은 계속 늘어난다”며 “초(超)부자들은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9일 SBS라디오에서 “말 그대로 월급쟁이들이 세금의 ‘봉’ 같이 꼬박꼬박 원천징수가 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안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인가’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을 물가 상승률에 연동시켜 조정하는 안과 2009년 150만원으로 정해진 뒤 개정되지 않은 소득세 기본공제 금액을 180만원으로 ‘현실화’하는 방안 등이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의 경우 현행 과세표준상 소득 14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세표준의 6%를 기본세율로 정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률에 따라 과표 구간을 높여 6% 기본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을 늘리는 식이다.
다만 세수 감소 문제, 과표 구간 재설계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조정 등이 예상돼 단기간에 개편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 의원은 “국민 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로 당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의 경우 논의와 입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지난해 결성한 특별위원회인 ‘월급방위대’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세종=김윤 기자(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