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기업 대규모 투자 잇따라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저궤도 통신 위성/ 사진=스페이스X
차세대 통신망으로 주목받는 저궤도 위성 통신을 둘러싼 세계 각국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저궤도 위성은 지구 상공 500~2000km에서 돈다. 기존 위성 통신에 활용되는 정지궤도 위성(고도 약 3만6000km)보다 지표면과 가까워 통신 속도가 빠르고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좋다. 바다 위나 운행 중인 비행기, 북극 등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통신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아마존이나 중국 등에서 저궤도 위성 통신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며 경쟁에 한층 불이 붙을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11일 저궤도 위성 통신 운반용 로켓 ‘창정(長征)-8A’ 발사에 성공하는 등 자체 저궤도 위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아마존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위성 발사에 나선다. 지금은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 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6G(6세대) 통신 상용화를 위해서도 위성 통신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후발 주자들이 계속해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링크와 원웹이 올해 상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시될 전망이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기술 개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스타링크 추격 나선 후발 주자들
미국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 통신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궤도 위성 통신은 속도가 빠른 대신 개별 위성의 통신 서비스 제공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 스타링크는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궤도를 뒤덮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현재 지구를 공전하는 저궤도 위성 8000여 개 중 7000개 이상이 스타링크 위성일 정도다. 스타링크는 이를 4만2000개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스타링크는 일반 가정은 물론 선박이나 항공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혀 가고 있다. 3월부터는 미 유나이티드항공과 계약을 맺고 기내 인터넷을 보급할 계획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스타링크를 통한 기내 인터넷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을 통한 인터넷보다 항로 제약을 덜 받고, 속도도 더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현재 스타링크의 뒤를 쫓고 있는 기업으로는 유럽의 유텔샛 원웹이 있다. 영국 원웹과 프랑스 유텔샛이 2023년 합병해 출범했고, 현재 40여 국가에서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550km)보다 높은 1200km 고도에서 위성 650여 개를 운용하고 있다. 스타링크와 달리 자체 위성 발사 기술이 없어 다른 업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미 아마존 역시 올해부터 자체 위성 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카이퍼’를 내세워 저궤도 위성 통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올해부터 고도 590~630km 궤도에 위성 3200여 기를 발사하고 이를 통해 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최근 들어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구권 위성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통신 위성을 개발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중국의 위성 통신 업체 스페이스세일은 올해 말까지 위성 600여 기를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에는 브라질, 이달 들어서는 말레이시아와 위성 통신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스타링크·원웹, 국내에도 첫선
국내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가 시작된다. 스타링크가 SK텔링크·KT SAT·LG유플러스 등 국내 기업과 협업을 통해 선박 위주로 위성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주요 절차는 3월 중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원웹도 올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전망인데, 일차적으로는 군사적 용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웹에 3억달러(약 4300억원)를 투자한 한화시스템은 원웹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군용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산 저궤도 위성 개발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시작 시점이 늦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3200억원을 투자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다. 국내 기업들의 컨소시엄을 선정해 자체 통신 위성을 발사하고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기우 기자 rainplz@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