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美분기 매출1위 월마트
지난해 4분기 아마존에 뒤처져
美 소비심리 냉각 직격탄 맞아
오프라인 매장으론 성장 한계
월마트 부진에 유통주 줄하락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분기 매출 기준 처음으로 미국 최대 유통사 월마트를 추월했다. 클라우드 등 아마존의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소비 심리의 약화로 오프라인 유통 사업은 성장 둔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매출이 1805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아마존이 지난 6일 발표한 4분기(2024년 10~12월) 매출 1877억9000만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월마트는 분기 매출 기준으로 2012년 엑손모빌을 제친 이후 12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아마존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아마존이 이미 2015년에 월마트를 넘어섰다.
월마트가 대부분의 매출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올리는 반면 아마존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클라우드 서비스, 온라인 광고 등 다양한 수익처를 보유한 것이 양사의 매출 역전의 이유라는 관측이다.
아마존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매출(판매 및 배송 수수료, 광고 및 고객 지원 등)은 지난해 전체의 24.5%를 차지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꾸준히 성장해 전체 매출의 17%에 이르렀다.
월마트 역시 매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아마존의 온라인 전략을 적용해왔다.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고, 판매자들에게 물류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이들 사업 규모는 아마존에 비하면 훨씬 작다.
문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소비 심리 냉각 신호가 여러 곳에서 관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날 월마트는 올해 회계연도에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3.5~4.5% 각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모두 시장 전망에 못미친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변화 없이 고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월마트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6.53% 급락했다.
미국 소비 가늠자로 통하는 월마트의 실적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오자 대형 유통주들도 동반 하락했다. 코스트코(-2.61%), 타깃(-2%) 등 오프라인 중심 유통사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1.66%)도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블룸버그는 “월마트의 실적 전망은 소비자 부문에서 나쁜 신호로 분석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소비 위축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소비 심리 약화는 수치에서도 확인됐다.
미국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보드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2월 101.6에서 올 1월 101.5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다. 아울러 지난해 11월(101.7)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유스티나 자빈스카-라모니카 콘퍼런스보드 수석매니저는 “소비자들의 미래 경기 전망이 악화한 점과 제조업 부문의 주간 근로시간 감소가 주요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윤원섭 특파원(yw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