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진짜 가난한 노인에게만?” KDI의 파격 제안에 후폭풍
“수급자 대폭 줄이고 연금액 높인다?”.. 복지 개혁인가, 삭감인가
재정 부담에 기초연금 개편론 ‘급부상’.. 노인 복지 대혼란 오나
기초연금 지급 방식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지금까지 65살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받던 기초연금. 하지만 앞으로는 ‘진짜 가난한 노인’만 받을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발표한 ‘기초연금 선정 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를 통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하위 70%’에서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줄이고, 2070년까지 점진적으로 ‘50%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KDI는 현재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비교적 부유한 노인들까지 포함하면서 재정 부담이 폭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다 빈곤한 노인들에게 더 많은 연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와 늘어나는 연금 재정 부담 속에서 이런 개편안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복지 체계의 혁신’일까, ‘연금 삭감’일까. KDI의 제안이 정치권과 사회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 ‘노인 70% 지급’ 유지하면 재정 파탄?.. KDI의 진단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 이후 빠르게 확대됐습니다. 2015년 200만 명이던 수급자는 2023년 650만 명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지급 규모도 6조 8,000억 원에서 무려 22조 6,000억 원으로 급등했습니다. KDI는 이 속도로 가면 2050년에는 노인 인구가 1,900만 명에 달하며, 연간 46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을까?
KDI는 여기에 ‘NO’라고 답했습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중위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가진 노인들까지도 ‘빈곤층’으로 분류돼 기초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2015년 기초연금 수급자의 소득 기준이 기준중위소득 대비 56%였던 반면, 2024년에는 93%까지 상승했습니다. 2030년이면 107%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이는 곧, ‘실제 빈곤층이 아닌 노인들까지도 연금을 받는 구조’가 됐다는 뜻으로, 보다 가난한 노인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재정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진단입니다.
■ KDI의 대안 “더 가난한 노인에게 집중 지원”
KDI가 내놓은 개편 방안은 두 가지입니다. 1안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인 노인으로 수급자를 일괄 조정하는 방안, 2안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50% 이하까지 축소(2070년 기준)하는 안입니다.
이 방식대로라면, 기초연금 수급자는 현재 70%에서 1안의 경우 57%, 2안의 경우 37%까지 줄어듭니다. 수급자 수를 줄이면 그만큼 재정 지출도 감소합니다.
2070년 기준, 1안은 연 8조 원, 2안은 연 20조 원이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줄어든 예산은 그저 아끼는 게 아니라, 남은 기초연금 대상자들의 ‘개인 지급액’을 늘리는 데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KDI에 따르면, 현행 방식에서 2026년 연금액은 39만 9,000원 수준이지만, 새로운 방식이 적용되면 최대 51만 1,000원까지 인상 가능합니다.
■ ‘기초연금 축소’.. 정치권·여론, 쉽게 동의할까?
다만 KDI 제안은 논리적으로는 재정 절감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적지 않습니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로 꼽힙니다.
특히, 노인층은 주요 선거에서 강력한 유권자층을 형성하는데다 정부가 연금 수급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강한 반발도 예상되는 탓입니다.
또한,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기초연금 수급을 제한하면, 기존 연금 수급자 중 상당수가 복지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 사회적 논란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반면, 재정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KDI 제안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한정된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면 ‘더 가난한 노인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 “연금개혁, 더는 미룰 수 없어”
현재 기초연금 개편 논의는 재정 조정 수준이 아닌, 복지의 근본적인 철학과 방향성을 결정짓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 많은 노인에게 조금씩 나누는 것’과 ‘더 가난한 노인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 사이에서 한국 사회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KDI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와 재정 부담 증가 속에서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은 숫자 조정이 아니라, 향후 한국 사회가 어떤 복지 체계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이라며,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기초연금 재정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이제 공은 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기초연금 개편이 복지 체계의 혁신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연금 삭감’ 논란으로 번질 것인지 본격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초연금 개혁이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한 현실적 대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것인지,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