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
21일 몇 분 만에 암호화폐 절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북한 해커들이 한 번에 2조원 넘는 암호화폐를 절도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단일 사건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21일 북한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에 달하는 규모의 암호화폐를 훔쳤다. 해커들은 북한과 연결된 계정을 통해 약 15억 달러, 한화로 2조 150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절도했다. 암호화폐 추적회사 TRM 랩스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해킹으로 작년에 훔친 암호화폐의 두 배 가량을 절도한 것이다.
북한 전문 FBI 정보 분석가로 일했고 현재는 TRM랩스에서 근무하는 닉 칼슨은 “이런 규모의 해킹은 본 적이 없다”며 “불법 금융 네트워크가 엄청난 양의 돈을 그렇게 빨리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핵개발로 인해 경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암호화폐 절도를 필수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2023년에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약 절반 가량이 이러한 ‘디지털 강도 행위’에 의해 자금이 조달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암호화폐 해킹으로 인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가 피해를 입었다. 벤 저우 바이비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재정이 건전해 15억 달러의 손실을 메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해킹한 암호화폐를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미국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로 환전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금 세탁을 감시하는 미국, 한국의 법 집행기관들은 도난 당한 암호화폐 일부는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암호화폐 보안 전문가는 “지금까지 도난 당한 자금 약 4300만 달러를 회수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도난 당한 자금 중 24만 3000달러를 추가로 압수했다”고 전했다. 북한 해커들이 훔쳐 간 암호화폐 규모에 비해 회수된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바이비트는 절도 당한 암호화폐를 회수하는 데 도움을 준 보안 전문가들에게 회수된 금액의 10%를 주겠다고 밝혔다.
최정희(jhid020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