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대한 25% 관세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집권 2기 첫 각료회의를 개최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해 EU는 미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게 존재 이유"라며 EU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살제로 그렇게 운영됐지만 이제는 내가 대통령"이라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유럽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제품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 EU간 무역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EU 집행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부당한 무역장벽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미국과 EU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날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0.3%가량 하락했다.

현재 미국은 EU산 승용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EU는 미국산 승용차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나 다름없다고 주장하는 EU의 부가가치세는 최소 17.5%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캐나다와는 다른 종류의 케이스"라며 "유럽은 정말로 (미국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달 4일 시행하려다 한달 동안 유예해 오는 3월4일 발효하기로 했던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는 다시 4월2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4월2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시행을 추진하면서 미 상무부에서 각국의 관세 현황을 조사해 권고안을 제출하기로 한 '디데이'다.

외교가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하는 관세 일정이 거듭 연기된 데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캐나다·멕시코 관세가 마약 밀매 및 불법 이민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재언급했다는 점에서 양국에 대한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오는 28일로 예고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계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과 관련,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미국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에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그건 잊어버리면 된다"며 "아마 그것이 모든 일이 시작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러시아의 침공을 불러왔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점령하지 못하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