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의 추가관세를 더한 총 20%의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중국 내 여론도 들끓는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최종적으로 관세를 내는 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강대 강' 분위기가 주류다.
중국 정부는 지난 27일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신임 대표에게 보내는 서한을 통해 "미국이 펜타닐을 명분으로 (2월 4일부터) 매긴 10%의 수출관세에 중국은 단호하게 반대하며, 상응하는 조치도 취했다"며 "중국의 합법적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서한 발송 직후인 미국시간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역시 펜타닐을 명분으로 중국에 오는 3월 4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캐나다 등과 얽혀 오락가락하는 관세 발언으로 혼란에 빠진 미국 현지 언론에 트럼프는 "(중국은) 10 플러스 10이다. 또 다른 10"이라고 설명을 곁들였다. 중국 관세를 20%로 늘리겠다는 거다.
중국 정부나 관영언론 반응은 28일 오전 현재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이전 10% 관세 부과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게 현지의 해석이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트럼프의 10% 추가 관세 부과 소식을 전하며 "비공식적이고 모순되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미국과 오랜 기간 긴밀하게 공급망을 구축해 온 글로벌 기업에 광범위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반응도 신속하게 전했다. 조지타운대 제니퍼 힐먼 교수(국제법)는 SCMP에 "트럼프가 상호주의나 펜타닐을 관세 부과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건 누구에게든 어떤 이유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현재 무역시스템이 얼마나 불균형한지를 늘 과장하고 있으며 이는 정말 위험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추가 관세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 수 차례 직접 만나자는 의사를 타진했음에도 전혀 반응이 없는 중국에 대한 불만도 투영된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은 물론 중국 및 러시아의 핵 축소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미중 회담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내 반미 여론엔 다시 불이 붙을 분위기다. 트럼프의 10% 관세 발효 당시 중국 관변전문가들은 일제히 "관세를 최종적으로 부담하는건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결국 관세 부담은 중국산 원자재나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무역기업들이 지불하게 될 것이며, 이게 최종 상품 가격에 반영돼 미국 물가를 끌어올릴 거라는 전망이었다.
10% 추가 관세 부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단편적이나마 감지되는 현지 여론 역시 큰 차이가 없다. 한 중국인 네티즌은 해당 소식이 전해진 소셜미디어에 "관세는 미국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전가해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 트럼프의 정책은 엉터리"라고 지적해 상당한 동의를 얻고 있다. "미국이 갑자기 플라스틱 제품이나 자동차부품 원료를 직접 생산할 수는 없다"거나 "트럼프 정권하에선 15달러짜리 계란이 싸게 느껴질 것"이라는 악담 섞인 전망도 일반적으로 제기된다.
여론은 의연하지만 중국 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응책으로 맞설 여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앞서 트럼프의 10% 관세 부과 당시 미국산 일부 제품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는 한편 미국의 가장 아픈 부분인 전략광물 희유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조치를 발표했었다. 대찬 중국의 대응에는 10% 관세가 예상보다 낮은 수위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더 강한 무역규제를 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진단이 깔려있었다.
트럼프의 10% 추가 관세가 실질적으로 관철될지, 아니면 또 다른 해프닝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조치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관세 부담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은 분명해졌다. 트럼프는 당초 중국에 대해 최종 60%의 관세를 예고했었다. 내수부진과 경기 하강으로 고심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도 마냥 강대 강 대치는 어렵다. 중국 최대 정치이벤트 양회(전인대-정협)가 내달 4일 개막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도 대안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