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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돈 굴릴 능력없다"…'방한' 올트먼도 한국 VC는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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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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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 잃은 K벤처 생태계

테크창업 4년째 '곤두박질'


작년 21만5천곳 창업 그쳐

글로벌 VC 국내 투자 규모

3년만에 60% 가까이 급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술 기반 신생 창업이 4년 연속 곤두박질쳤다. 한국 벤처캐피털(VC) 투자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면서다. 인공지능(AI) 시대 첨단 기술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VC까지 속속 한국에 등을 돌리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가 ‘저창업·저투자’라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 첨단 과학·기술 등을 포함한 기술 기반 신생 창업은 21만4917개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기술 기반 신생 창업은 2021년 23만9620개, 2022년 22만9416개에 이어 4년 연속 줄었다. 기술 스타트업은 미래 혁신의 토대가 되는 씨앗이라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래에 베팅하는 VC 생태계로 돈이 돌지 않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12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벤처투자 비중은 1%에 불과하다. 해외 자본은 국내 벤처업계를 ‘죽은 시장’으로 평가한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VC의 국내 벤처투자액은 4746억원으로 2021년 1조1724억원과 비교해 59.5% 급감했다. 전체 VC 투자 금액 중 해외 자본 비중은 2023년 4.8%로 2022년(6.6%)보다 쪼그라들었다. 독자 생태계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중국(12%)과 자국 내 막강한 VC를 보유한 미국(7%)보다 낮다.


외국 자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인도로 87%(2023년 결성 기준)에 달했다. 싱가포르(84%), 영국(74%), 독일(66%)이 뒤를 이었다. 그사이 한국에서 해외로 ‘플립’(본사 이전)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은 지난해 186곳으로 10년 새 5.8배 폭증했다.

테크창업 4년째 '곤두박질'…한국 떠나는 스타트업

해외로 본사 이전한 스타트업, 10년 만에 6배 늘어나 186곳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한국 벤처캐피털(VC)은 아예 ‘패싱’하더라고요. 국내 VC들이 큰돈을 못 굴린다는 걸 아는 거죠.”


2월 초 올트먼 CEO가 방한했을 때의 얘기다. VC업계 관계자는 “인도에 간 올트먼이 현지 VC를 만난 것과 대조적”이라며 “글로벌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투자할 여력이 한국 VC엔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기술 창업 기업이 4년째 감소하는 것은 국내외 자금이 스타트업에 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VC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떠나는 스타트업들

28일 벤처 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해외로 나간 국내 스타트업이 2014년 32곳에서 지난해 186곳으로 늘었다. 한국 벤처 투자에 기대를 걸 수 없으니 아예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것이다.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초기에 국내 VC도 만나봤지만 대기업과의 협업을 조건으로 내세웠다”며 “받을 수 있는 투자 규모도 미국과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서 무조건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AI 스타트업 창업자는 “프리A 투자를 받을 때 스무 곳이 넘는 국내 VC를 만났는데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며 “해외에 나가서 같은 얘기를 했더니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AI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나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한국 벤처 투자 생태계의 상황은 더 암담하다. 지난해 4분기 국내 벤처투자액은 다 합쳐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미국 VC 투자액(약 107조원)의 30분의 1 수준이다. AI 팹리스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가 국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자 미국 빅테크인 메타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팹리스는 특성상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한데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은 이를 떠받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 “글로벌 펀딩엔 끼지도 못해”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에서도 국내 VC는 소외돼 있다. 지난해 오픈AI가 추가 투자금을 모집했을 때 한국 VC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투자사 관계자는 “미국은 펀드 한 개 규모가 웬만한 국내 대형사 총운용자산(AUM)과 맞먹는다”며 “한국 VC들은 입장권도 못 받는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만 해도 8600억원짜리 펀드가 고작이다. 미국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지난해 72억달러(약 9조8000억원)의 펀드를 결성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국내 벤처 투자 시장은 사실상 1조원 안팎의 정부 모태펀드가 떠받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벤처펀드 출자액 중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비중은 23.0%로 전년(16.7%)에 비해 크게 뛰었다. 민간 비중은 2023년 83.3%에서 지난해 77.0%로 쪼그라들었다. 민간 기업이 벤처 출자를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공개(IPO) 성공 사례가 별로 없어 기관투자가도 돈을 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시장을 조성하겠다며 2022년 모태펀드 예산을 대폭 줄였다가 VC들이 유동성공급자(LP)를 못 구하자 지난해 다시 예산을 늘렸다.


VC업계에선 현재 1% 안팎인 국민연금의 VC 투자액을 늘리거나 퇴직연금을 벤처 투자에 허용하는 방안 등 벤처자금 규모를 늘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을 위한 벤처 투자 통계 선진화도 선결 과제로 꼽힌다. VC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시장은 대체투자 중심 사모펀드(PEF)에서 첨단 산업에 앞서 투자하는 VC 중심으로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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