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달 동안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를 예정대로 4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다. 미국으로 불법 유입되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차단에 양국의 조치 효과가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동맹 우방국으로는 처음으로 캐나다와 멕시코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전쟁의 타깃이 되면서 북미 3개국 경제체제에 새로운 장벽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를 피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두 나라가 해야 할 일은 자동차 공장 같은 것을 미국에 짓는 것"이라며 "그러면 관세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고려해 적용하기로 한 상호관세도 예고한대로 오는 4월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2월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가 캐나다와 멕시코가 불법이민과 마약 단속 등을 위한 국경 안보 강화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두 나라에 대한 25% 관세를 한달 동안 유예했다. 당시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는 예정대로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한 것은 한달 동안의 국경 안보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국경 보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멕시코 관세 부과 발언 이후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이날 오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8%, S&P 500은 1.78, 나스닥 종합지수는 2.47% 하락했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관세 강행이 매년 9000억달러 이상의 미국 수입품에 영향을 미치면서 북미경제 통합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방침에 멕시코 정부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에서 나오는 예측 불가능성과 혼란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