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또 다시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8.7% 하락한 114.06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9월18일 종가 113.3달러 이후 최저가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2월26일 장 마감 후 실적을 발표하고 다음날(27일) 8.5% 급락했다가 28일 바로 4.0% 반등했다. 하지만 이날 또 다시 추락한 것이다.
미즈호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다니엘 오레건은 엔비디아의 주가 급락에 대해 △지난주 발표한 실적이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 △중국에 대한 AI 칩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 △싱가포르에서 중국으로 엔비디아 칩이 우회 수출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을 기다리며 기존 칩에 대한 주문을 취소할 수도 있다는 보도 △오는 3월17일 엔비디아의 GTC(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개최 전까지 촉매제가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엔비디아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이번 분기 매출액 가이던스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상회했음에도 상회폭이 이전 블록버스터급 실적에 비해 줄어들었고 매출액총이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월27일 주가가 8.5% 급락했다.
3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의 관세와 중국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가 예정대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혀 주가가 추락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AI 칩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음에도 우회로를 통해 AI 칩이 중국에 계속 팔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AI 칩의 중국 우회 수출까지 막는 광범위한 규제 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2일 일부 중국 판매업체들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대만 등을 통해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을 6주 이내에 중국에 배송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주 말 미국의 델 테크놀로지스와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의 서버를 말레이시아로 배송하려던 인물 3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이 엔비디아 칩이 포함된 서버의 최종 배송지를 허위로 기재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만 커머셜 타임스는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블랙웰 출하가 늘어나며 기존 호퍼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수명이 다함에 따라 호퍼 GPU 주문이 줄며 수요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3월17일 GTC까지 상승 촉매가 없어 엔비디아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