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4일 회생절차 신청
내수∙e커머스 악재에 실적부진
3년 연속 1천억~2천억대 손실
12개월 부채 비율 462% 기록
홈플러스가 4일 기업회생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의 홈플러스 매장에 카트가 일렬로 진열돼 있다. [이승환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를 겪은 롯데그룹에 이어 홈플러스까지 위기에 휘말리자 국내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공세에 최악의 내수침체가 지속되면서 K유통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4일 “최근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줄이고자 이날 오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 예방적 차원으로 홈플러스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의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즉각 개시 결정을 내렸다. 기존 부채 상환은 유예되고, 협력업체와의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 법정관리인은 별도 선임하지 않기로 해 현 김광일·조주연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영업부진이 개선될 기미가 없고 현금 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하다는 이유로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홈플러스는 2022년 2월로 끝나는 회계연도부터 지난해 2월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직전 12개월 매출과 부채 비율은 각각 7조462억원과 462%였다.
잔여 계약기간 임차료를 계상한 리스부채를 빼고,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금융부채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이 중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1조1400억원으로 만기연장이 시급하지만, 신용등급 강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9월 7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자금을 충당했다. 이후 홈플러스 20여 개 점포를 처분하고 4조원가량 빚을 갚았으나 내수 침체와 이커머스 부상으로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의무휴업일 강제 등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한 가운데 쿠팡·네이버쇼핑·알리·테무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부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도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기존 AA0에서 우량등급 마지노선 AA-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바 있다.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강민우 기자(binu@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