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코인까지 포함에 ‘역풍’
정부 ‘내부자거래’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적 비축자산’ 선언에 급등했던 가상자산이 하루 만에 급락했다. 비트코인 이외에 공급이 무제한이고 가격이 오르면 특정인들이 수혜를 볼 수 있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까지 비축자산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역풍’이 분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4일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24시간 전보다 9.53% 급락한 8만4249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장중 10% 넘게 폭등해 9만5000달러를 넘겼지만 하루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기준)도 전날 1억4300만원 선에서 1억2700만원 선까지 후퇴했다. 알트코인도 폭락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13.72%), XRP(리플, -15.73%), 솔라나(-18.2%), ADA(카르다노, -21.79%)는 10% 넘게 떨어졌다. 이들은 전날 20~60%가량 폭등했지만 급락을 면치 못했다.
가상자산의 롤러코스터 추이는 ‘가상자산 대통령’을 자청한 트럼프 영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디지털자산에 대한 행정명령을 통해 솔라나 등에 대한 전략적 가상자산 비축(reserve)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며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가상자산의 범위를 알트코인까지 넓히고 정부가 직접 가상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해 미국의 막대한 재정부채를 탕감하고, 중국·러시아에 맞서 가상자산 패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XRP, 솔라나, ADA 등 알트코인까지 전략자산으로 포함된 것도 ‘미국산’ 가상자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정부가 가상자산을 전략 보유자산으로 실제로 지정하면 미·중·러 간 가상자산 보유 경쟁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그러나 하루 만에 가상자산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품었다. 알트코인까지 비축자산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트럼프 발표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
알트코인은 공급이 무제한이고 가격 상승 시 소유주가 수혜를 보는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가상자산 비축의 효용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당장 트럼프 일가가 직접 밈코인을 출시했고, 암호화폐 플랫폼 업체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한 만큼 가상자산 가격 상승 시 수혜를 볼 수 있다. 시장에선 정책 발표 직전 ‘큰손’ 투자가의 상승베팅이 나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내부자거래’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인 전략 비축자산으로서의 타당성은 비트코인을 제외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만큼, 알트코인 전략 비축의 실효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