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대규모 투자 발표…삼성 압박 커져
반도체 관세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흔들
삼성, 370억 달러 투자 계획 수정할까
AI 반도체만 별도 관세 적용 가능성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 삼성전자]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에 대규모 추가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역시 추가 투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자칫하면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내 투자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하면서도 통상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3나노·4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14나노미터부터 65나노미터까지 다양한 공정을 운영 중인데, 테일러 공장으로 북미 지역 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공장을 통해 주요 미국 고객사를 위한 맞춤형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또 테일러 공장 투자 발표를 통해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47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여부가 앞으로 행보의 핵심 변수다. 실제로 관세가 부과될지, 부과된다면 세율이 어떻게 설정될지가 쟁점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를 25%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최소 2~3년이 소요되므로, 공장을 신설한다고 해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짓는 데만 최소 수조 원이 소요되고, 인건비와 운영비까지 고려하면 현지 생산이 실질적인 이득이 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TSMC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국 행 정부까지 관세 부과를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에 발표했던 440억달러 규모 투자계획을 복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효율적인 투자를 집행하기 위해 중장기 투자계획을 조정하면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현재 370억달러로 낮춰 잡은 상태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모든 반도체 업체가 매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면서 “미국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가 향후 지역별 투자 규모를 달리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미국 내 투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관세 부과 방안에 대해 명확히 밝힌 적이 없어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해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 규제를 강화하거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조건으로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요구하거나 △인공지능(AI) 반도체(GPU, HBM 등)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