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650억弗 투자 TSMC

2기 관세위협고조되자 결단

웨이 회장 “그의 비전 감사”

트럼프 “美에 공장 없었다면

25·50% 이상 관세” 으름장

“반도체기업 우리 돈 훔쳐가”

기자회견서 대놓고 면박도

러트닉 “관세의 힘을 보라”

TSMC 투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는 웨이저자 TSMC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연합뉴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천명하자마자, TSMC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는 관세 수준에 따라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곳에 공장을 짓는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그(TSMC)는 게임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을 면담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 것”이라면서 “이것은 경제안보는 물론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TSMC도 아주 안전한 다른 곳으로 존재(공장)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 들어와서 우리 돈과 일자리를 훔치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TSMC는 이날 발표에서 △3개의 새로운 반도체 생산시설(팹·fab) △2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 △연구개발(R&D) 센터를 추가로 건설한다고 밝혔다.

TSMC는 앞서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에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는 반도체치원법(CHIPS Act)에 따라 66억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약속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지난해 양산에 돌입한 상태다. 웨이 회장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지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AI 발전과 스마트폰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생산해야 관세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TSMC가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웨이 회장은 이곳에 공장을 짓는 것으로 관세를 해결하고 있다”며 “대만에 공장을 짓고 이곳(미국)으로 보내면 언젠가는 25%, 30%, 50% 또는 그 어떤 숫자가 될 것이다. 숫자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캐나다·멕시코에 투자한 기업에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동차 공장을 짓기로 했다면 이곳에 공장을 짓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식에서는 반도체 생산 지원금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조 바이든 전임 정부에서 TSMC는 보조금을 받았으며, 이는 그들이 65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촉진했다”면서 “미국은 TSMC가 이곳에 (공장을) 짓도록 그 돈(투자 예정 금액)의 10%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SMC가 이번에 미국에 투자한 것은 보조금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은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다.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TSMC 대미 투자 발표하는 트럼프 [EPA = 연합뉴스]

현재 미국산 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이 없지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만약 반도체에 대해 25% 이상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에서 외국산 반도체는 미국산보다 비싸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대만 타이난에 있는 TSMC 3nm(나노미터) 공정에서 생산되는 파운드리용 반도체는 웨이퍼당 1만8000달러 이상인데 반해, 미국 TSMC 3나노미터 공정에서 나오는 반도체는 웨이퍼당 2만2000달러 이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산이 미국산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황은 역전된다. 현재 TSMC,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이 이미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투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총 16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달러를 투자해 3·4nm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또 인텔은 오하이오주 뉴올버니에 최대 200억달러를 투자해 7nm 이하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며, 마이크론은 뉴욕주 클레이에 장기적으로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할 방침이다.

[워싱턴 = 최승진 특파원 / 서울 = 이상덕 기자]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