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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좀 낮춰주세요”...경제 한파에 금리인하 요구하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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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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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악화에 이자부담 줄이려

조건 미달에도 대거 신청나서

거절비율은 58%로 높아져

비대면에 신청 쉬워진 영향도


당국 “운영 실효성 점검할 것”



이자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기업들이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한 경우가 1년 새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의 금리인하 요구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기업들은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보다 많은 기업이 금리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시스템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국내 전체 은행에 접수된 기업의 금리인하 요구는 17만185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12만8075건에서 3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에서는 금리인하 요구가 254만여 건에서 약 257만건으로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비자 신용도 개선 상태를 반영해 은행에서 차주의 이자율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업의 경우 신용등급 상승, 부채 비율 감소, 자산의 증가 등이 신청 사유가 된다. 금융회사는 고객이 금리인하요구권을 갖고 있음을 알려야 할 의무를 지며, 고객은 요구권 사용에 따라 신용등급 하락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개인 고객의 금리인하요구 건수가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동안 기업 고객의 요구만 급증한 이유는 경기 악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이자 비용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2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기준금리 3% 이상의 고금리 시대가 지속됨에 따라 이자 비용을 줄여보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와 비교하면 기업은 신용등급의 급변을 사유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미미하다”며 “이자 부담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기업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비대면 채널 신청이 편해진 것도 기업의 금리인하요구권 사용을 늘렸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개인사업자가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할 수 있게 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금리인하 요구를 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증가한 것이다.


단 은행에서 기업의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한 비율도 치솟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거절률이 51%에서 58.5%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절박한 기업이 금리인하 요구를 늘리는 동안 은행의 승인율이 대폭 떨어진 이유는 인하 요건을 갖추지도 못한 채 일단 요구권부터 활용한 기업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금리인하요구권 안내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조만간 운영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은행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정확히 안내하는지, 요구권을 사용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 등을 바로 전달해주는지 등이 점검 대상이다.


한편, 가계대출에서 접수된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한 정도는 은행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이 8만2969건을 수용해 가장 많은 가계의 이자율을 낮춰줬으며 이에 따라 가계 이자 부담이 106억원 줄었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카카오뱅크가 총 24만8402건의 가계대출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했으며 이자 부담을 91억원 경감해줬다.


수용률 기준으로는 NH농협은행이 47.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기업은행(47.3%), 신한은행(45.2%) 순이었다. KB국민은행은 수용률이 22.5%로 다소 낮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으로 금리를 낮춘 경우보다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인하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1월부터 신용점수 상승 안내를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자까지 확대해 고객이 요구권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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