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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식투자, 상투잡을까봐 무서워”...요즘 뜬다는 ‘3B 전략’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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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 흔들리는 서학개미...바벨전략에 유리한 미국 3대 ETF


IT업종 중심 ETF들 낙폭 커져

美증시 평균 수익률 보다 낮아

여러 업종 투자해 위험 낮추는

바벨전략으로 분산효과 높여야


금융·방산·헬스케어 담은 ETF

실적 좋고 상대적 배당매력 높아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 = UPI 연합뉴스]

2024년 테슬라와 팰런티어로 각각 수익률 100%(2배)를 달성하며 환하게 웃은 김 모씨(45). 올해는 분산 투자로 리스크(위험)를 낮추고 노후도 대비하겠다는 목적으로 10년 후 연금 수령 시 세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연저펀)를 개설했다가 울상이다. 지난 4일 김씨는 “수익금에 여윳돈까지 합쳐서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로만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로 옮겨 탔는데 오히려 변동성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그가 신규 매수한 빅테크 위주 ETF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10%. 미국 시장(나스닥지수)이 같은 기간 5% 빠진 것을 감안하면 시장 평균보다도 못한 저조한 성적표다. 김씨의 ETF가 고성장 주식으로만 구성되다 보니 이들 주가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분산 투자 효과가 사실상 사라져 발생한 일이다.


최근 미국 증시 조정은 미·중 간 관세 ‘미사일’ 주고받기로 관세전쟁이 격화된 것에서 출발했다. 이는 ‘미국 관세 인상→인플레이션 자극→개인 소비·기업 투자심리 악화→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처음엔 고평가된 인공지능(AI) 관련 주식부터 하락했는데 이젠 업종을 가리지 않고 조정 장세가 나타나며 서학개미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악재’ 이후 월스트리트와 여의도 증권가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향후 투자 전략으로는 ‘삼(3)바’가 제시되고 있다. ETF로 수익을 극대화할 때 바벨전략, 보텀업(Bottom-up), 바이 더 딥(Buy the dip) 순서를 따르라는 것이다.


‘바벨전략’은 성격이 다른 자산들을 혼합해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률은 높이는 전략이다. 서학개미들이 집중적으로 보유한 정보기술(IT) 이외의 여러 업종으로 분산된 ETF를 담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때 ETF의 업종별 비중과 최고점 대비 주가하락률(MDD)을 체크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ETF를 고를 때 ‘보텀업’ 방식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ETF 이름을 보고 그다음에 구성 종목을 체크하는 ‘톱다운’과 달리 보텀업은 마음에 드는 종목들을 먼저 살펴보고 그런 종목끼리 묶인 ETF를 사는 식이다. 주당순이익(EPS)이 우상향하는 종목이 많을수록 좋다. 이는 해당 종목이 성장성과 주주환원 여력이 높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ETF 매수 시에는 ‘바이 더 딥’ 전략이 필요하다. 하락장에 더 매수해 상승장에서 수익률을 더 높이는 전략이다. 업종별로 보면 변동성이 큰 IT 중심의 ETF에 적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본부장은은 “인공지능(AI) 관련주는 변동성이 큰 만큼 현금을 모아놨다가 낙폭이 클 때 들어가야 한다”며 “트럼프 수혜가 예상되는 금융과 방산, 기계, 건설, 운송 등 산업재 업종으로 구성된 ETF는 하락할 때마다 꾸준히 매수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2월 말 기준 서학개미가 주로 보유한 IT 업종과 겹치지 않으면서 분산 효과와 분기별 분배금까지 기대할 수 있는 ETF로는 ‘SCHD(슈드)’와 ‘인베스코 바이백 어치버스(PKW)’ ‘인베스코 S&P500 동일비중(RSP)’ 등이 꼽힌다. 이들 3대 ETF는 올 들어 2월 말까지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을 이기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조 배당 맛집 ‘슈드’로 머니무브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미국 내 2곳에서 초대형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을 취소했다. MS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확장에 진심이었다. 증권가 관계자는 “MS가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빌리지 않겠다는 것은 AI 사업성이 과거보다 하락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빅테크들이 너도나도 달려든 AI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IT 업종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따라 AI와의 연관성이 낮은 사업으로 배당을 꾸준히 주는 기업들과 이 같은 성격의 ETF가 반등 중이다. 대표적인 ETF가 바로 슈드다. 2011년 미국 투자은행 찰스슈와브가 출시한 ETF다. 종목 선정 기준은 재무건전성과 배당 성장성 등 크게 두 가지다.


가장 명백한 슈드 가입 조건은 최근 10년 이상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 웬만한 상장사로선 쉽지 않은 과제다. 현금흐름이 좋아 재무건전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 조건이 된다. 2월 말 기준 슈드의 ‘톱3’ 보유 종목은 애브비(4.71%) 코카콜라(4.66%) 암젠(4.5%)이다.


애브비는 슈드의 성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헬스케어 업종에 포함된 이 상장사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로 뜨고 있다. 원래 주력 제품은 ‘휴미라’였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이 치료제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이런 실적 공백을 스카이리치가 메우고도 남을 것이란 전망에 올해 실적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브비의 2025년 예상 EPS는 12.28달러다. 작년 EPS(7.71달러)보다 59.3% 급증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에 따라 배당 여력도 증가한다. 2020년 애브비는 연간 주당 4.84달러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올해는 6.52달러로 추정된다.


슈드 보유 비중 2위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의 ‘최애 주식’ 코카콜라다. 같은 기간 코카콜라의 배당은 1.64달러에서 2.02달러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업종 분류상 코카콜라는 필수소비재다. 슈드의 업종별 비중에서 필수소비재(14.8%)는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유 비중 3위 암젠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암과 신장질환, 면역질환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의약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 신약 기대감으로 올해 실적 추정치가 크게 올랐다. 2025년 예상 EPS가 20.69달러다. 이는 실적이 1년 새 2배 이상 뛴다는 것이다. 올해 예상 배당금 역시 9.64달러로, 5년 새 51% 증가해 배당 성장주로서 위용을 보이고 있다.


슈드의 배당금 지급 시기는 3·6·9·12월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슈드를 따라해 상장한 ETF들은 매월 배당하는 구조로 재구성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 들어 정부가 이들 ETF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이면서 원조 격인 슈드를 일반 계좌로 직접투자하는 ‘직투’가 유행하고 있다.


PKW‘만렙’은 게임 용어로, 캐릭터의 레벨(수준)이 최고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주주환원 ‘만렙’의 두 가지 조건은 배당 성장과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과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사주 매입 시 1%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물론 이 세율을 4%로 높이겠다고 하면서 미국 주요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자사주 매입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련 ETF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인베스코가 운용하는 PKW는 2월 말 기준 금융 관련주를 24.8%로 가장 많이 포함시켰다. 트럼프가 각종 금융 규제 철폐를 약속한 데다 전형적인 내수 업종으로 관세 영향도 미미한 편이다. 경기소비재(22.5%) 산업재(14.8%) 에너지(9.4%) 등의 비중이 높아 AI 관련주 위주 투자자에게 분산 효과를 가져다준다. 다만 총보수율이 0.6%로 높은 편이다. 슈드에 비하면 10배 높다.


PKW가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주식은 방위산업체로 산업재에 포함된 RTX(5.6%)다. 주력 제품은 요격미사일인 ‘패트리엇’ 방어시스템이다. 작년 기준 패트리엇 미사일은 글로벌 점유율이 24.9%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대공 방어 체계의 중요성이 커지자 RTX의 실적이 상승세다. 작년 77억2400만달러의 순익은 올해 82억7500만달러로, 1년 새 9.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익 증가로 인해 자사주 소각 여력은 커지고 있다. PKW의 가입 조건은 최근 1년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5% 이상을 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지를 따진다. 이런 요건을 충족한 또 다른 상장사는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다. 웰스파고 역시 순익 증가에 따라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운영하는 부킹홀딩스는 올해 예상 EPS가 209.91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년 새 24% 증가한 수치다. 여행객들이 아고다, 프라이스라인, 호텔스컴바인 같은 사이트 내에서 숙박 등을 예약하는 순간 부킹홀딩스의 실적이 상승한다. 통상 EPS는 한 자릿수가 많은데 부킹홀딩스의 EPS는 올해 200달러대가 예상된다. 이는 이 상장사가 그동안 액면분할을 하지 않아 주가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RSPRSP ETF는 분산 그 자체에 집중한다. 통상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주가가 잘 오르는 상장사 비중이 높게 유지되는 시총 가중 방식이다. 그러나 RSP의 경우 지속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보유 종목을 똑같은 비중으로 가져간다. 우량주 지수인 S&P500을 추종하는 점에선 기존 유명 ETF인 SPY VOO 등과 같다.


그러나 올 들어 RSP의 수익률이 SPY와 VOO를 앞서고 있다. 결정적 차이는 AI 관련주가 대거 속한 IT 비중에 있다. RSP의 IT 업종 포함 비율은 16%에 그친다. 금융, 산업재, 헬스케어 등 다른 업종 역시 10%대로 분산에 특화돼 있다. SPY의 IT 노출도는 32%에 달해 RSP의 2배 수준이다. 결국 AI 거품 논란으로 인한 투자 리스크로 보면 SPY가 훨씬 높다는 뜻이다.


개별 종목 보유 비중으로 보면 더 직관적이다. SPY에선 엔비디아 비중이 5.9%지만 RSP에선 이 종목 비중이 0.25%에 불과하다. RSP는 개별 종목이 공평하게 분산돼 있어 하락장에선 유리하지만, 반대로 특정 업종 위주로 주가가 급등할 땐 철저하게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AI 전성시대가 이어진 최근 5년 주가수익률로 확대해보니 SPY가 RSP보다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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