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로 헤지수단 확보돼
K증시 자금 유입 기대커져
2021년엔 순매도 되레 늘어
제조업 경기 먼저 살아나야”
외국인 주식시장 순유출 [사진 = 연합뉴스]
공매도 재개로 주목받는 것은 외국인투자자의 귀환이다. 2023년 11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실망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헤지용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은 공매도가 불가능해지면 아예 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헤지 수단이 확보된 외국인들이 일부 종목에 들어올 수 있지만 시장 전체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업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후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지분율은 2023년 11월 28.4%에서 2024년 7월 31.7%로 오히려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와 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자동차 업종을 대거 매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1년간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은 15조원에 달할 정도로 큰 자금 이탈이 있었다.
외국인들의 수급은 공매도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반도체 수출과 관련 있는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와 상관관계가 높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 수급은 공매도 제도뿐만 아니라 제조업 경기, 환율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움직인다”며 “외국인들은 과거 공매도 재개 시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의 순매도 업종을 보면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자금 유입을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
외국인 주식시장 순유출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부터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금융업종에 집중돼 있다. 작년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들은 금융주를 대거 사들였는데 작년 말부터 강달러와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금융 업종을 매도하는 분위기다.
강달러 환경에서는 은행들의 위험가중자본이 늘어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낮아져 주주환원 여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KB금융의 경우 작년 10월 말 78%였던 외국인 지분 비율이 최근 75%대로 낮아졌다.
결국 외국인들의 자금 유입이나 지수 상승 모두 주요 업종 사이클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의 추세적 상승은 외국인 지분율 상승과 함께 나타나는데 작년 7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31.8%였다가 현재 28.3%까지 떨어졌다.
공매도 금지 직전과 비슷한 지분율이다. 해당 기간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대거 매도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공매도 여부보다는 반도체 업종 전망이 외국인 수급에 영향력이 크다.
공매도가 재개된 직후 외국인들이 오히려 대거 한국 증시애서 순매도를 나타낸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공매도가 재개됐을 때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크게 늘었는데 이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