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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배우자 後자녀’ 상속 관행으로 자리 잡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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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속세 폐지’ 통과되면

일러스트=박상훈


여당이 던진 배우자 상속세 면제에 야당 대표가 동의하면서 지난 1950년 도입된 현행 상속세 체제가 75년 만에 대전환을 맞게 됐다. 그간에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법정 상속분대로 재산을 나눠 갖고 연대책임으로 세금을 내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일단 배우자에게 전부 상속을 해주고, 나중에 배우자가 사망하면 비로소 자녀 세대에게 상속되는 방식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상속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는 유산세 방식도 각자 받은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도 커졌다.


그래픽=박상훈


◇‘선 배우자 후 자녀’ 상속 자리 잡을 듯


앞으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가 면제되면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재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법정 상속분(배우자 1.5 대 자녀 1명당 1)에 따라 재산을 나눠 받고, 공동으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재산 25억원을 상속받으면 법정 상속분에 따라 배우자가 약 10억7000만원, 자녀가 각각 약 7억1500만원씩 상속을 받는다. 여기에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5억원)를 적용하고 남은 2억1200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법정 상속분과 관계없이 배우자가 상속받은 모든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해주게 되면, 배우자가 세금 부담 없이 25억원을 전부 상속받을 수 있게 된다.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자산을 온전히 넘겨받아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세금 전문 업체 아티웰스 관계자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 일부를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등 추가 절세 기회도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상속세는 부의 세대 이전 때만 걷어야”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국 가운데 유산세 방식으로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같은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미국과 영국, 덴마크는 배우자에게 상속되는 재산을 ‘부의 수평 이동(horizontal wealth transfer)’으로 보고 과세하지 않는다. 부의 격차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는다는 상속세 취지에 비춰볼 때,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은 과세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부의 세대 내 이동과 세대 간 이동을 구분하지 않고 세금을 걷는 잘못된 관행이 자리 잡았던 것”이라고 했다.


◇유산세 방식 안 고치면 자녀 부담 커질 수도


배우자 상속세 면제가 효과를 거두려면 자녀 공제 한도와 유산세 방식 등 현행 상속세 체계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총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에서는 배우자 상속세를 폐지할 경우 최종적으로 자녀들이 지는 상속세 부담이 되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5억원을 배우자에게 상속할 때는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나중에 배우자가 사망해 자녀들이 상속할 경우에는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인 배우자 공제를 못 받기 때문에 상속세가 늘어난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배우자 상속세를 면제한 주요 국들은 자녀 공제 한도를 늘리고 있다. 미국은 평생 자녀에게 물려주는 재산에 대해서는 1292만달러(약 187억원)까지 공제해주고, 영국도 자녀에게 64만1026유로(약 10억원)까지는 상속해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자녀 공제 한도는 1인당 5000만원에 그친다.


자녀에게 상속하는 재산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만큼, 자녀 각각이 얼마나 물려받는지를 따져서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재정 당국은 유산취득세 전환까지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총 상속액만 파악하면 되지만,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개별 상속인들의 재산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일일이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세정 시스템도 개편하고, 조직도 갖춰야 한다.


☞유산세·유산취득세


유산세와 유산취득세는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유산세는 상속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뒤 이를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실제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세금 부담이 유산세보다 낮아진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4국 가운데 한국·미국·영국·덴마크 등 4국이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나머지 20국은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강우량 기자 sabo@chosun.com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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