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이 역대급 기록을 달성했지만, 전 산업 생산은 두 달째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매 판매와 설비 투자는 전월 대비 소폭 늘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4년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은 한 달 전보다 0.1% 감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5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흐름을 나타낸 것입니다. 다만 반도체 생산은 8.1% 증가하여 지난해 11월(9.8%) 이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5% 늘었습니다. 광공업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도 0.6% 증가했으며, 화학제품(1.2%)과 기계장비(1.0%) 등도 증가세를 주도했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부분은 IT 기기의 전방 수요가 좋고 고부가가치 산업인 AI 부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전 산업 생산은 2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긴 하지만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모두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수출이 28.1% 늘었고, 출하 또한 전월 대비 23.7% 증가했습니다. 수출이 잘 이뤄지면서 재고도 전월 대비 14.6% 줄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3.5% 감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지수는 163.4(2020=100)로 198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공공행정 생산이 지난달 5.1% 줄면서 전 산업 생산 지표를 끌어내렸습니다. 통계청은 공공행정 집행이 많이 이뤄지는 6월에 예산 조기 집행 등으로 운영비가 통상 수준보다 늘어난 영향이라고 봤습니다. 기획재정부 또한 상반기 재정 신속 집행 등 계절적인 요인으로 설명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예비군 급식비, 경찰청 기동대 급식비 등 물건비가 감소한 것이 경기 판단에 의미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달 산업활동동향에서도 내수 부진의 그림자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은 0.2% 증가했지만, 내수 부문을 나타내는 숙박 및 음식점업은 4월(-1.9%), 5월(-1.9%)에 이어 6월에도 -0.2% 줄었습니다. 도소매업 또한 전월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해외 반도체 수출은 크게 늘면서 수출 출하는 전월 대비 7.4% 증가했지만, 내수 출하는 전월 대비 1.4% 줄었습니다. 5월(-1.7%)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이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6.4%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내수 출하 또한 전월 대비 7.0% 줄었습니다.
재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도 전월 대비 1.0%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3.6% 줄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화 소비 자체가 강한 흐름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전월 기준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흐름 자체는 나아지는 방향이며, 수출로 인한 소비의 낙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비 투자는 5월 3.6% 감소한 지 한 달 만에 반등하여 4.3% 늘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감소했습니다. 특히 건설기성(불변)은 0.3%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토목(6.1%)에서 공사 실적이 늘었지만, 건축(-2.3%)에서는 줄었습니다.
2분기 전체로 봐도 내수 침체 조짐은 확연합니다. 반도체 수출 증가로 광공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생산이 줄면서 전 산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0.35% 줄었습니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해 마이너스로 전환되었습니다.
2분기 소매 판매는 전 분기 대비 0.8% 감소해 지난 1분기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대비 2.9% 감소한 것은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 감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