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부채 급증에 폐업 속출
나홀로사장 430만명, 12개월째 ↓
전문가 “질서있는 구조조정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화성에서 오리고기 식당을 운영하던 최승모(38)씨는 지난여름 식당을 완전히 접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자영업에 뛰어들어 14년간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으나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빚이 크게 늘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최씨는 “종업원 10여명으로 시작했다가 외국인을 포함해 5명으로 줄였고, 종국에는 하나뿐인 형에게 손을 빌려 두 명이 식당을 꾸렸다”며 “좀 쉬다가 인근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사를 접는 ‘사장님’들이 늘면서 자영업자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3년 이래 처음이다. 자영업자 비중 축소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경기 부진 및 부채 급증 등에 따른 한계상황에서 장사를 접고 있어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1~8월 월평균 기준 자영업자는 563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54만4000명)의 19.7% 수준이다. 여기에 임금을 받지 않고 일하는 가족 등을 의미하는 무급가족종사자(3.1%)까지 합치면 비임금근로자는 651만8000명으로 전체의 22.8%다. 반면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한 임금근로자 비중은 77.2%로 집계됐다.
그간 비임금근로자와 임금근로자 간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1963년 각각 68.5%, 31.5%인 비임금근로자와 임금근로자 비중은 1984년 47.1%, 52.9%로 역전된 후 점차 격차를 벌려왔다.
상대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자영업자 비중 축소 자체는 긍정적이다. 대부분 ‘생계형 창업’인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주요국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23.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콜롬비아(46.6%) 멕시코(31.4%) 칠레(24.5%) 코스타리카(24.4%)에 이은 5위다.
문제는 자영업자 비중 축소가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자연스러운 전환’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기 부진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나 홀로 사장’으로 있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2개월 연속 감소한 약 430만명이다. 홀로 가게를 운영하며 버티다 문을 닫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빚 부담은 늘고 소비회복 기대감도 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2분기 말 기준 10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다. 부채의 질도 나쁘다. 신용도가 낮은 취약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10.2%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의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 연착륙을 위해선 정부가 기술교육 등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통해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heyji@kmib.co.kr)
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