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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까지 끌어들여 '언플'…"또 트럼프" 속타는 대만, 중국 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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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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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과 동시에 대만에 대한 방위비를 추가 징수하고 대만 반도체 영향력 제한에 나설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이 TSMC를 이용해 트럼프보다 먼저 중국 때리기에 나선 것도 대 트럼프 협상력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거다.


미국국방안보협력국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미국은 4년간 대만에 182억7000만달러(약 26조원) 규모 무기판매를 승인했다고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8년간 140억달러, 만 4년이 안 된 바이든 행정부 77억달러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무기를 대만에 판 거다.


이 무기 판매는 팔았다기보다는 떠넘겼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대만 고급정책연구위원회 지본왕 애널리스트는 "새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에 '보호비' 명목으로 오래되거나 가격이 비싼 무기를 넘기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뤄진 무기 거래엔 잡음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감사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만에 판매하기로 한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이 원래 비용 대비 수억 달러 과도 청구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만도 모르는 게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182억7000만달러 무기판매액 중에 현재 집행된 것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 80억달러로 트럼프가 대대만 무기수출 최대 성과로 꼽았던 F-16V 전투기 66대 납품은 아직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도 바이든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뤄지자 차일피일 미국산 무기 도입 일정을 미뤄왔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정이 이러니 트럼프의 컴백을 앞둔 대만의 속은 까맣게 탄다. 강력한 대중국 독립주의자인 라이칭더 총통 당선 이후 미국에 대한 대만의 의존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대만으로선 많지 않다.


대만 국방예산은 2017년 GDP의 2%에서 올해 2.45%로 증액됐다. 내년엔 기록적으로 높은 2.56%가 편성됐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TISSS(국제전략연구회) 맥스로 전무는 "미국은 대만이 국방예산을 GDP(국내총생산)의 5% 정도로 증액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이자 캠프 외교고문으로 활약, 2기 재입각이 유력한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이미 지난 8월 미국 신문 사설에서 "대만이 지금 3%에 도달한다 해도 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며 "대만이 국방비 5% 지출 목표를 잡기에 지금이 아주 좋은 시점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대만의 국방비는 경제 규모가 더 큰 한국이 2.8%를 지출하는 데 비하면 많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이 갭을 미국이 메워주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볼 인물이 아니다. 미국이 대만전략을 바꾼다면 대만으로선 존립의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대만 통일을 국시로 삼은 상태다.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를 이용해 트럼프 취임도 전에 대중 반도체 제재에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대만은 중국에 대한 7nm(나노미터)급 반도체 공급 중단을 전격 통보했다. 미국에선 미 상무부가 TSMC에 압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상무부는 사실 상시 종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종용에 응해 중국에 실제 압박을 가하느냐 마느냐는 다른 문제다.


사실상 이번 상황은 대만이 트럼프의 의도를 미리 읽고 반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트럼프 교섭 카드 확보 전략이다.


TSMC의 조치가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자 대만 언론발로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대중 재제에 나서라고 요구했고, 한국 기업들이 이에 응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대만의 물타기 시도다. 한 중국 현지 한국 기업 관계자는 "대만의 이런 절박한 국제적 언론플레이는 대만이 얼마나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만의 반도체 헤게모니에 대해서도 은연중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의 칩(반도체) 사업을 100%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은 (대만의 사업을 돕는) 보험회사 노릇만 하는 격"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미국 공급망 내 역할을 감안하면 쉽진 않겠지만, 여차하면 대만 반도체 산업도 괴롭힐 수 있다는 압박이다.


사정이 이런데 대만선 청년층이 군대를 외면하는 이중고가 펼쳐진다. 대만은 올 1월 군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빌미로 젊은이들이 군 복무를 미루면서 사회문제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병대와 해군, 공군 등 주요병과는 징집 TO(인원)의 80%가 공석이라는 집계도 있다. 또 대만은 복무기간을 늘리면서 지난 20년간 유지돼 온 고교생 전시 비전투 복무입대법을 폐지했다.


방위비가 얽힌 대만과 미국 간 관계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국방력에서 미국에 의지하는 바가 크고, 산업공급망 내에서 반도체를 이용해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전 이미 한국에 대해 '현금인출기'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수출도 아니고 현금으로 14조원을 매년 내라는 거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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