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기준금리 인하한 한국은행
10월 이어 2차례 연속 인하
경기침체 우려 높아진 결과
1%대로 낮아진 내년 성장률
가계부채와 환율은 걱정거리
부작용 없이 경기침체 막을까
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동결을 전망했던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9%로 떨어지면서 2.0%인 잠재성장률을 밑돌자 경기부양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의 긍정적인 효과만 기대하기엔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0월에 이어 두차례 연속 인하했다.[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하했다. 지난 11월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 한은은 기준금리를 3.25%에 3.00%로 0.25%포인트 떨어뜨렸다. 3년 2개월간의 긴축을 마무리하고 기준금리를 낮춘 10월의 기조를 이어갔다.
한은이 두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2020년 5월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한은이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였다. 금통위 개최 이틀 전인 26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100명 중 83.0%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는 10월 36.0%보다 47.0%포인트 높아진 수치였다. 많은 전문가가 한은의 결정을 '깜짝' 금리인하로 해석하는 이유다.
한은이 금리를 낮춘 주요 요인은 경기둔화 가능성에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했는데,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2.4%에서 2.2%로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더 떨어뜨렸다. 2.1%에서 1.9%로 0.2%포인트 낮추며 1%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2.0%에서 9월 1.6% 10월 1.3%로 꾸준히 하락하는 등 인플레이션 이슈가 잠잠해졌다"면서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인하해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리인하 요인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을 꼽았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3분기 수출 물량이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수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1.9%는 잠재성장률(2.0%)보다 낮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면 경제성장률이 0.07%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인하가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11월 19일 한은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913조8000억원으로 올 2분기(1895조8000억원) 대비 18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35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가계부채가 1900조원을 넘어선 건 처음이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14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는 환율도 걱정거리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부추길 수 있다. 금리를 낮춰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가치는 상승해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소폭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11월 27일 1393.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8일 오후 2시께 1395.5원으로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격차가 벌어지면서 자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미 금리격차는 10월 1.5%포인트(미국 4.75%-한국 3.25%)에서 11월 1.75%(미국 4.75%-한국 3.00%)로 확대했다. 이 또한 달러 강세를 부추겨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악재로 꼽힌다. 한은이 제때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했다는 실기론도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제기하는 실기론을 의식한 듯 "경제성장률·금융안정·물가안정 등을 한꺼번에 보고 1년쯤 뒤에 평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과연 한은의 '깜짝' 금리인하는 경기 부양이란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강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