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간밤 '비상계엄' 선포와 그 직후의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나타내고 있다. 간밤 야간선물이나 원·달러 환율 추이의 혼란에 비하면 오전장에서의 혼란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습이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전개될 경우 고스란히 증시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면서 향후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비상계엄 쇼크'는 일단 진정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약 2% 하락한 2450.76으로 개장한 뒤로 30분이 지나지 않아 2483.0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증시 개장 시점에 이미 '계엄해제' 상황이 돼 있었던 점, 원·달러 환율이 심야의 극심한 폭등세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점 등을 근거로 이번 해프닝을 '매수 기회'로 본 움직임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코스닥 역시 전일 대비 약 1.9% 하락한 677.59로 개장해 698.94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개장 3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두 지수 모두 하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코스피는 2440선 초반까지, 코스닥은 670선 초반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양 지수는 오후 들어 코스피가 2460선, 코스닥이 680선을 회복하려는 듯한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국면에서 사실상 '방향 설정권'을 잡고 있다고 봐야 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동향은 장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수하는 흐름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엔 '개인 순매수'와 '외인 현·선물 매도'로 구도가 고착되며 전형적인 하락장의 모습을 한 채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1시 15분 현재 코스피에서 개인들은 약 3800억원어치를 사고 있지만 외인들은 코스피 현물 약 4700억원, 코스피200 선물 약 3120억원어치를 순매도 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장 초반의 투매 흐름이 진정된다고는 해도 국내 정치상황이 필연적인 불확실성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비상계엄은 해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탈당·하야·탄핵 요구 등이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어 향후 정국은 그야말로 '안개' 속을 통과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전장 국내 증시에서 오리엔트정공·수산아이앤티·에이텍 등 소위 '이재명 테마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장이 다음 대통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종목들은 이날 개장 직후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는 소위 '쩜상'을 기록한 뒤 오후가 돼서까지 단 한 호가도 빠지지 않은 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새로운 대통령이 될 경우 여러 정부 정책에서 방향전환이 예상된다. 이는 결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놓는 사유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주력했던 원자력 정책·대왕고래 탐사 관련주들은 추풍낙엽처럼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에서의 대항마가 결정될 경우 국내정치 판도가 또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점 등은 고스란히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번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비상 계엄 선포 직후 해제되었고, 이 과정에서 환율·야간 선물 시장 등의 낙폭이 축소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미디어펜 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