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 외신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해제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며 내놓은 평가다.
윤 대통령이 집권 후 마주해온 위기들을 소개하며 그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도박’에 나섰지만 되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3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윤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행동을 취하면 상대로부터 선수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훨씬 뛰어넘어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바닥난 대중적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권위주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은 적어도 한국 정치 진영의 일부가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외신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국빈 방미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장면을 이번 사태와 견주어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해당 노래 영상을 함께 링크한 기사에서 당시는 “북한에 대한 강성 입장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의 부드러운 면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지도자와 카메라 앞에서 어깨를 맞대는 기회였다”고 짚었다.
하지만 그가 “극적인 조치로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향후 회담을 위해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워싱턴과 백악관을 방문할 기회가 아마 또다시 주어질까? 현재로선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