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변동에 비율 확대
달러화. [사진 =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하자 정부가 증권사들에 한국증권금융에 외화 의무예치를 늘리라고 주문했다. 서학개미 열풍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 주목된다. 외화 의무예치는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외화 유동성 우려가 커졌을 때 도입한 제도인데, 이를 3년 만에 강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예탁한 자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안정성과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원화의 경우 전액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되는 반면 외화는 2021년 12월에 처음으로 달러화에 한해 의무예치가 도입됐다.
기존 규정에서는 달러화 투자금의 70%를 의무예치했는데 이를 80%로 확대하고, 일본 엔화의 의무예치를 신설해 50%까지 예치하도록 하는 게 이번 개정안 내용이다. 시행은 오는 19일부터다.
한국증권금융의 외환 예치금이 8조원 수준이고, 달러화·엔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를 통해 수천억 원의 예치금이 추가 확보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매경DB]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에 유동성 위기가 생겼을 때 이를 긴급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며 “예탁금이 개별 은행 등으로 분산돼 있을 때보다 한국증권금융에 모여 있을 때 이를 비상 지원에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서학개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외화 예치 비율 확대 효과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의무예치 비율이 똑같더라도 모수인 외화 예탁금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히 의무예치 액수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1년 새 24.9%나 증가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번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증권사 유동성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외화 예탁금 관리를 개선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먼저 기존 26조5000억원 규모였던 증권사 유동성 공급 규모를 4조2000억원 늘려 30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수요에 맞춰 만기·금리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또한 외화예금,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스왑 등으로 운용되고 있는 외화 예탁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MMF와 스왑 운용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국채와 역외 예금 편입에도 나서는 중이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한국증권금융이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외화를 직접 송금할 수 있도록 절차를 단축하는 규정 개정안도 의결했다. 기존에는 한국증권금융이 외국환은행 계좌로 이체한 뒤에야 타 기관에 송금할 수 있던 절차를 개선한 것이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