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 쇼크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면서 국내 대표 상장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지러운 정치 상황과 함께 30원 넘게 치솟은 고환율이 겹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에서 자금을 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가 공시하는 외국인 지분율 상위 50개 종목(코스피 기준)의 최근 외국인 지분율 변화 추이(3∼16일)를 분석한 결과, 주요 종목의 지분율이 대거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권별 대표 종목을 살펴보면 KB금융(은행)의 지분율이 1.19%포인트(78.04%→76.85%)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현대차(-0.35%포인트), 삼성전자(-0.32%포인트), SK텔레콤(-0.25%포인트), KT&G(-0.20%포인트) 등도 줄줄이 지분율이 하락했다. 대표 종목 외에도 통상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보험 등 금융주의 외국인 비율도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지난 비상계엄·탄핵 정국(4∼16일) 동안 증시가 열린 총 9거래일 중 8거래일간 국내 증시를 내다 팔았다. 매수 우위였던 기간은 지난 9일 탄핵 부결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투매(8908억 원 순매도)에 나섰던 때가 유일하다. 다만 SK하이닉스(1.14%포인트), 네이버(0.74%포인트) 등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종목도 있다.
문제는 환율이 1430원대로 치솟으면서 정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도 외국인 이탈세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에서 16일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4338억 원으로 비상계엄 직후인 4일(4071억 원) 규모를 웃돌았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1437.0원에 개장해 1435.3∼1438.0원 사이에서 등락하고 있다. 전날 주간에는 1435.0원, 야간에는 1436.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는데, 증권가에서는 비상계엄 이후 높아진 환율에 외국인 투자 관망세가 커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상계엄 발표 직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맴돌았다.
오는 19일 예정된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 외국인 이탈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년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을 1400원 선까지 판단, 외국인 수급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미국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내년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본은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나타나는 중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는 엔화 등 아시아 통화와 동조해 약세 압력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며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에 따른 커스터디(수탁)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환율 상승 압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일보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