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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원화 가치...취약계층 고통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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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12-20
조회수 4
추천 0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소식

안전자산에 몰린 돈 당분간 '강달러' 여파

은행권 규제 도입 늦추고 외환스와프 확대

수입물가 상승에 수입 서민·기업 부담 커져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화면에 전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16.4원 오른 1451.9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이 적혀 있다. 뉴스1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결정타가 됐다. 가뜩이나 12·3 불법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 아슬아슬 버티던 원화는 강달러 펀치에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19일 1,450원 선을 내줬다. 1,500원 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적잖은 상황에서 고환율 파장은 특히 서민, 자영업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내년 금리인하 속도 조절 예고에 달러로 몰린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인하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문제는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내비친 시장 판단. 내년도 정책금리 전망을 당초 4회 인하(1%포인트)에서 2회로 줄이면서 긴축 통화를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높다"고 밝혔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달러에 돈이 몰리고 주요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가장 취약한 건 원화였다. 탄핵 정국으로 국내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 약세로 이끌었다. 조만간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에 일시적으로 중지된 일부 외국인 거래가 연초 재개되면 외인은 더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또 미국 새 정부가 출범하는 1월 20일에 맞춰 '오버슈팅'(단기 환율 상승) 가능성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이창용(왼쪽부터)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과감하고 신속한 시장안정 조치"



정부는 바쁘게 움직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F4회의)에서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나타날 경우 추가적인 시장안정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행하겠다"며 구두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한국은행과 24시간 금융·외환시장 점검 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외환수급 개선 △연장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인프라 개선 등 외환시장 안정 및 외화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은과 국민연금공단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시한도 이달 말에서 내년 말로 연장했다. 한도도 기존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150억 달러 증액한다. 외환스와프는 외환당국이 미리 약속한 환율로 달러를 국민연금에 빌려주는 것으로,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대규모 환전을 할 때 달러 수요를 낮춰 환율 상승을 간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외환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외화자산 중 해외법인 출자금 같은 비거래적 성격의 외화자산의 경우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해주기로 했다. 그만큼 외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겠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수출 기업의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 만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해달라고 은행권에 요청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고환율 수입 물가 밀어올려...한은 금리 결정 어쩌나



강달러가 지속될 전망 속에 이를 견제할 우리 외환당국의 수단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무엇보다 한은의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졌다. 저조한 내수로 성장률 전망까지 악화하는 마당에 당장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지만, 이 경우 원화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금리에 대출 금리 부담을 호소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힌 상황에서 환율 방어 명목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금융당국 전 고위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엔 연기금 투입으로 방어라도 할 수 있지만, 환율 방어는 제약이 크다"며 "서민,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올려 가계와 수출입 기업에 부담을 키운다.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식품이 348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다. 밀가루나 치즈, 커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의 가격은 고환율에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품목에서도 저렴한 제품군의 가격 인상폭이 고가 제품보다 큰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은 서민층에 더 가혹하다. 당장 해외 유학생을 보낸 가정과 수입대금 결제를 앞둔 기업의 비명이 커진다. 들썩이는 기름값도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656.12원으로 한 달 전(1633.63원)보다 22.49원 상승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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