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바닥론’이 확산하는 이유는 기업 장부가치 대비 주가가 80%(주가순자산비율·PBR)에 그치는 등 역사적 저점으로 평가받는 코로나19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반발매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지만 경제 하방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상계엄·탄핵 정국,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다.
20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PBR은 지난달 11일 기준 0.83배(12개월 선행 기준)로 역사적 저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주요국 지수 PBR을 보면 미국이 4.64배를 기록했으며 유럽 1.9배, 일본 1.37배, 중국 1.17배다. PBR은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청산 가치를 밑돈다는 뜻이다.
국내 증시의 약세가 지속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 비중도 줄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신흥국(EEM)’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등 종목의 투자 비중은 올해 2월 12.5%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9.36%(13일 기준)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내년 경제 정책이 환율 방어 등 대외 리스크에 집중된 상황으로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증시가 더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시장 안팎에서 한국 증시를 낮게 평가하는 이유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 상황에 더해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진다는 진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높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 △심각한 내수 부진 현상 △인공지능(AI) 사이클의 수혜 제외 △중국 리스크 △국내 자금의 탈한국 현상 △국내 성장·산업 정책의 부재 등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석유화학 부분 수출 경쟁력 저하가 지적되는 등 경제 역동성이 사라지면서 위기론이 점층하는 상황이다.
악재와 악평이 넘쳐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커지는 만큼 반발매수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고금리·고환율 부담, 미국 정치·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불안 등 여러 악재가 밀집된 상황”이라며 “코스피 가격 장점은 분명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0% 하락한 2404.27을 기록하는 등 전날에 이어 약세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가들이 떠난 국내 시장을 17거래일간 지켜왔던 기관마저 전날부터 순매도로 전환했는데 이날 오전 장중에도 매도 우위(11시 현재 1710억 원)인 상황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위험자산 선호 심리 위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일보 신병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