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뛴 달러-원 환율이 내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말에 집중된 원화 약세 요인보다 국내 성장 둔화 우려 및 해외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고환율 흐름을 이끄는 장기적 요인으로 꼽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내년에도 1,400원을 넘는 수준에서 오랜 기간 등락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달러-원은 지난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 19일 달러-원은 1,451.90원을 기록했다. 약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2009년 3월 13일(1,483.50원) 이후 가장 높았다.
국내 정국 불안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금리 인하라는 충격까지 겹치면서 달러-원은 큰 폭으로 뛰었다. 12월 한 달에만 56.70원 급등했다. 내년에도 성장 '빨간불'…환율 전망은 1,300원→1,400원대로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달러-원 눈높이를 상향하고 있다.
최근 단기적인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팔랐지만, 환율이 마땅히 내릴 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달러-원 하락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론 국내 성장률 둔화가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종전보다 0.2%P(포인트)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2% 밑으로 내려왔다. 여기에 정국 혼란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재정정책 여력 제한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모두 하방 압력이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의 한 딜러는 "당초 10월에 하우스 뷰는 내년에 환율이 1,300원대 초반을 움직일 것으로 봤다"며 "지금 그 시작점이 100원 올라와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진 환율 레벨이 높게 유지할 것 같다"며 "국내 불확실성이 끝나지 않았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S&T센터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환율이 상승하며 다음 기술적 상단은 자연스럽게 1,500원으로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장 환율을 강하게 끌어내릴 만한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봤다.
구조적 외환 수급 변화…美해외투자·금리 차 확대
내년 미국의 경제와 통화정책도 고환율 전망을 지지하는 요인이다. 국내 성장 둔화와 달리 미국은 견조한 경제와 고금리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과 동시에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기관 투자자와 서학개미 등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수급상 달러 유출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사상 처음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을 넘어섰다. 3분기 말 기준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9천969억달러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잔액(9천575억 달러)을 웃돈다.
다른 은행의 한 딜러는 "우리나라는 이제 수출만 생각해 경상흑자 국가로 보긴 어려운 것 같다"며 "수출 기업들도 현지 투자로 (달러를) 써야 할 일이 많고, 미국 주식투자로 순유입과 유출이 상쇄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올라도 특별히 달러 매도가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정책도 달러-원 눈높이를 올라가게 한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이후 내년도 환율 전망은 대체로 상향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단기 환율 고점은 보수적으로 1,460원까지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까지 1,400원을 하회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그에 따른 미국을 제외한 지역과의 금리 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어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권 연구원은 당초 내년 환율이 '상고하저' 궤적을 보일 거란 전망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https://news.einfom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