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첫 조사 내내 진술을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례를 볼 때 윤 대통령의 비협조 태도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비협조적 태도는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탄핵 사유가 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인 15일 공수처에 의해 체포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이어진 약 10시간40분가량의 조사에서 공수처 검사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 수사는 위법하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는 게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전날 체포 영장 집행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공수처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며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서 신상을 묻는 공수처 검사의 기본적인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고, 조사를 마친 후에는 조서 열람과 날인도 거부하고 바로 퇴장했다고 한다. 본인의 날인이 없는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
또한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전날 밤,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피의자의 주소지를 이유로 관할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은 것이 위법하며, '판사 쇼핑'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리고 공수처에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이처럼 윤 대통령 측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자, 일각에서는 향후 탄핵 심판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정문을 보면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며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데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이 판단에 주요한 근거로 작용한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은 적법 절차를 거친 수사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달라고 요구하며, "이같은 절차가 갖춰지면 대통령도 절차에 허용되는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데 이어 이날 예정된 조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박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