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출발해 2530선을 돌파했다. 미국 물가 지수가 둔화 흐름을 보인 데 따른 현상인데 국내외 정치 불안 장기화 우려가 잔존하는 만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46p 오른 2528.27로 개장해 이날 오전 9시51분 기준 2530.30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45억 원, 810억 원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개인만 3198억 원 팔고 있다.
이날 증시 상승은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부합하면서 미국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2.9%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3.3%)를 하회한 수치로 고물가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요인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세가 상승세를 제한했던 바이오 등 성장주 중심의 상승 탄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오늘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여부와 금리 인하시 원달러 환율 및 외국인 수급 경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고 짚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기존 연 3%인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인하 가능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론됐지만 고환율 부담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달(1월) 들어 외국인은 순매수 전환했다. 외국인은 1월 2일부터 전일(15일)까지 국내증시에서 2954억원을 순매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을 이탈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약 5조7000억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수세가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국내 정치 불안 장기화 우려는 여전히 국내 증시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무력 충돌 없이 체포했으나 주가·환율은 큰 반응 없이 횡보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헌법재판소의 심문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치 불안 장기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무디스(Moody's)와 함께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히는 피치(Fitch)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수록 한국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가 Aa2(안정적),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AA(안정적), 피치가 AA-(안정적)로 각각 평가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된다. 한 번 떨어지면 회복하는 데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환차익까지 고려하기에 추세적 환율 하락에 대한 신뢰가 없는 현재로서는 외국인 투심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라진 외국인 국고채 투자 흐름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에도 외환 변동성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추가 통화 완화 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데일리 경제 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