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3연속 인하에서 멈춰
높은 원·달러 환율, 미 금리 차 유지 등 "금융안정 우선"
낮은 경제 성장률에 내달 '인하' 유력, 시장금리 선반영도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으로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2차례 연속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추고, 불안정한 외환시장과 국제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대내외불확실성 속에도 '경기 부양'을 우선시하며, 지난해 10월(0.25%포인트)과 11월(0.25%포인트)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엔 환율과 미국 금리 등이 3연속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나, 높아진 환율이 물가와 내수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며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 가능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두 차례 인하의 효과를 더 지켜두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5원 내린 1456.7원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12월 2일 이후 줄곧 1400원 선을 웃돌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4.50%)과의 금리 차이를 현 1.5%포인트 이상 벌리면 원화 약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통위는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 부양에 대한 압박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고, 민간 경제 연구 기관에선 1.67%를 제시하기도 했다. 민간 소비와 제조업 생산 등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마저 둔화 전망이 농후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경기상황만 보면 금리는 내리는 데 금통위원 모두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선 내달 25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시장금리는 이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금통위 이후 4.9bp(1bp=0.01%포인트) 내린 2.626%에 장 마감했다.
다만, 현재 미국의 경기 호황은 독립적인 통화 정책이 힘겨운 국내 상황에 있어 금리 인하 사이클 재진입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지역 한 경제 전문가는 "이달 30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향방에 따라 국내 금리도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미국 펀더멘털과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하면 연중 금리 인하가 1-2회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한은이 독립적인 통화 정책을 펼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gzazoo88@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