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6.43%p 올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5%선 가까이 오르며 채권 개미(개인 투자자)에게 비상이 걸렸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일본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원화를 엔화로 바꿔 일본 시장에 상장된 미국 국채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은 더욱 크다. 최근 한 달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약 2% 오르는 등 엔저, 강달러 추세가 지속되면서 양방향으로 수익을 얻으려던 전략이 반대로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5일 발표된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전망과 같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무섭게 올라가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달러 인덱스(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이어서 채권 개미들이 느끼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픽=양진경
채권 개미 손실 커져
16일 인베스팅 닷컴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일 연 4.651%로 한 달 만에 6.4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중 한때 연 4.8230%까지 치솟으며 연 5%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지난 20년간 이런 금리 수준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과 주요국 긴축과 중동 전쟁이 한창이던 202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내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의 예상 밖 호조를 보이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관세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양진경
작년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전망은 이렇지 않았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계속하면서 채권 금리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오래도록 진행된 엔저 현상도 완화되며 강(强)달러도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 채권 보관 금액이 113억달러로 전년 대비 165%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찍은 이유다.
미 국채에 투자하는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국내 투자자 자금이 몰렸다.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 국채 30년물에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 이어 트레저리 불 3X 셰어스 ETF’의 보관액은 지난 14일 기준 9억5153만달러다. 또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로 구성된 지수를 추적하는 ‘아이셰어스 20+ 이어 트레저리 본드 ETF’ 보관액은 6억9555만달러,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만기 3개월 이내 단기국채에 분산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스 0-3 먼스 트레저리 본드 ETF’는 5억1300만달러다. 그러나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 펀드들의 수익률은 각각 한 달 사이 12.98%, 4.05%, 0.02%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 고점 확인해야”
엔화로 미국 채권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크다. 최근 한 달간 RISE 미국 30년 국채 엔화 노출(합성H) ETF는 6.39%, ACE 미국 30년 국채 엔화 노출 액티브(H) ETF는 6.85%,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 ETF는 6.9%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 여파가 다른 나라 금리도 끌어올리면서 전체적인 글로벌 채권 투자의 수익률도 하락했다. 지난 15일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인 연 4.966%까지 올랐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인 연 1.256%,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연 2.6265%로 작년 5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채권 펀드 수익률은 1.09%, 북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5.19% 하락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후 재무부의 스탠스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인플레이션 요인 등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조금 더 이어진다는 점에서 올 1분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3~4.9%의 밴드에서 아직 상단(고점)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