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 일부 음료 가격 조정
드레싱 등 소스 두 자릿수 인상
컨트롤타워 공백에 소비자 불안
새해 들어 커피, 소스류와 같은 먹거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고환율 등 영향으로 원가 상승 압박을 받는 기업들이 하나둘 인상 결정을 내리면서다. 관련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정부 압박으로 제품 가격을 쉽사리 올리지 못했는데, 정치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24일부터 커피와 티 등 일부 음료의 가격을 조정한다. 카페 아메리카노 등 2022년부터 3년간 동결했던 톨 사이즈 음료 22종은 가격을 인상한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은 200원 오른 4700원에 책정됐다. 콜드브루, 밀크티, 유자민트티 등 8종은 톨 사이즈만 200원 오른다. 오늘의커피 톨 사이즈와 숏 사이즈는 300원씩 오르고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는 100원 인상된다. 톨 사이즈 음료 중 돌체콜드브루, 제주말차라떼 등 10종의 가격은 유지했다. 아이스커피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는 200원 인하했다.
폴바셋은 23일부터 제품 28종 가격을 평균 3.4% 올릴 예정이다. 카페라떼는 5700원에서 5900원, 룽고는 4900원에서 5300원으로 200~400원 인상된다. 다만 판매량이 많은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에스프레소나 티 종류 가격은 동결했다.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친서민 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대상은 지난 16일 청정원 마요네즈,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과 후추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대형마트 소매가 기준 후추는 24.9%, 드레싱 제품은 23.4%의 평균 인상률을 보였다. 오뚜기는 앞서 업소용 딸기잼 가격을 최대 10% 올린 데 이어 다음 달엔 컵밥 7종의 편의점 가격을 12.5% 인상할 계획이다.
음료 가격도 오름세다. 동아제약은 오는 3월부터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와 일반 대리점에 유통하는 ‘박카스F’의 공급 가격을 각각 10.9%, 11.1% 올린다. 동아오츠카는 새해 들어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등 주요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6.3% 인상했다.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져 가고 있다. 직장인 박모(34)씨는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기분이다. 이미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어디까지 오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고환율과 원재료가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원재료 가격이 폭등했고,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부담은 커졌는데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식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역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서 정부는 주요 식품회사들과 교류하면서 가격 상승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물가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수년간 손해가 누적돼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며 “더 적자를 보면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