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GM·포드 수혜 전망
현대차, 현지 생산 규모 늘리기로
토요타, 공백 틈타 전기차 속도
‘트럼프 2.0’ 시대의 개막은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자동차 생산 시설은 미국에 쏠릴 가능성이 커졌다. 전기차 전환 속도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에 미국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며 “앞으로도 포드가 이에 대한 발언권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가 미국 자동차 회사에 유리한 정책 환경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상은 미국 1·2위 자동차 회사인 GM과 포드다. 두 회사는 최근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조절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GM은 쉐보레 실버라도 등 주력 픽업트럭의 전동화 모델 출시를 2026년 중반으로 미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 투자해 건설하던 배터리 제3공장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전기차 투자에서 물러난 가장 최근 사례”라고 보도했다.
포드는 대형 전기 SUV를 생산하려던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내연기관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GM과 포드의 전기차 제동을 촉발한 건 장기화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지만, 트럼프의 집권으로 전기차 전환에 서두를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면 ‘전기차 지각생’ 취급을 받던 토요타는 다른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는 틈을 타 경쟁력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데이비드 크리스트 토요타 북미법인 부사장은 “미래차에 대한 투자를 4년 만에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투자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GM, 포드, 토요타, 혼다, 스텔란티스 등 대부분 완성차업체는 미국과 무관세 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멕시코 수입품에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보이자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려는 것이다. 마크 루이스 GM 북미사업 담당 사장은 “현재로서는 멕시코의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HMGMA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계를 변경했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 규모를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이용상 기자(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