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 한국경제 시계제로①] 보편관세 폭탄에 인플레 우려… 강달러 쇼크 긴장
[편집자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와 함께 45대 대통력직에서 물러난지 4년 만이다. 트럼프는 취임 일성으로 미국을 '세계 유일 초강대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편관세 등 100여개의 동시다발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할 전망이다.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국내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에 육박했고 기축통화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를 가운데 국내 증시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진다. 공포를 먹고 자란 비트코인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
강달러를 손에 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돌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20일(현지 시각) 낮 12시 미국 워싱턴DC 백악관관에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행정명령 최우선 조치는 관세정책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 수입품에 60% 이상,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약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과의 패권전쟁은 달러 가치를 키워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50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편관세에 수출 위기… '정치적 리더십' 부재에 원화 가치 흔들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 6836억 달러 중 대미 수출은 1278억 달러로 약 18.7%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14년 대미 수출 비중이 약 12.3%였던 데 비해 약 6%포인트 넘게 늘었다.
미국이 보편관세 20%와 대중국 관세 60%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수출액은 최대 448억달러(약65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수출이 위축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같은 관세 정책은 미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부추겨 기축통화 달러의 몸값을 키운다.
아시아 통화 중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인 원화는 절하 폭을 키우는 셈이다. 앞서 트럼프 1기 2018~2019년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 8% 가치가 하락한 바 있다.
우려할 대목은 원화가치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구속사태에 지난 12월 원/달러 환율은 한달간 5% 넘게 하락했다. 경제규모 30위권 국가의 통화 중에서 전쟁상태인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고 가장 크게 떨어진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말 1394.7원에서 12월말 1472.5원으로 상승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마이너스 5.3%다.
원/달러 환율은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에 추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1인3역' 체제를 맡는 최상목 대행이 국제 정세, 통상 환경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관세정책에 따라 수출이 우려들 우려에 대응해야 한다"며 "트럼프 관세정책 공약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경제·산업정책 전반에 전략을 다듬고 안정적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이 노출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달러가 강해졌고 원화 가치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미국과 금리가 역전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 5% 상승… 원/달러 환율 단기적 1500원외환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에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단기적으로 15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9월 중순 연 3.6%대였던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현재 연 5% 가까이 오르는 등 달러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연 0.60%포인트로 국채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은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불러 증시 조정과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7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10.176으로 상승했다. 달러인덱스가 110 위로 올라온 것은 미국의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던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앞으로 달러인덱스가 4.1% 정도 더 오르면 당시 고점(114.778) 기록을 갈아치운다.
골드만삭스·TD증권·도이체방크 등 글로벌IB는 달러 가치의 1년간 상승률을 5%로 내다봤다. 카막샤 트리베디를 비롯한 골드만삭스 전략가들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관세 도입과 미국의 지속적인 경기 호조로 달러가 약 5%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달러 강세 위험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유로와 파운드 등 다른 통화 가치가 달러 보다 약세인 점도 원화 가치 약세에 영향을 준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사이 6%가량 하락해 202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1유로당 가치는 1.0178달러까지 찍었고 유로화 가치가 '패리티'(1유로=1달러)를 밑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파운드화 가치도 이날 한때 1파운드당 1.21달러까지 떨어져 2023년 11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외환시장에 탄핵정국의 대통령의 구속 리스크가 커졌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환율 하방 압력을 제한한다"며 "미국 금리 상승은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강달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초강세 현상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안 지속 등으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