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국내외 증시 전망 엇갈려
기업 감세 정책, 주가 상승 호재로… 1기 1년 S&P-코스피 20%이상 올라
고금리-고환율-고물가, 新3고에… 코스피 등 글로벌 증시 타격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맞이해 국내외 증시에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감세 등 친(親)기업 행보 효과로 트럼프 1기 당시와 같이 ‘트럼프 랠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관세 폭탄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인한 충격에 글로벌 증시가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트럼프 취임에 기대·우려 공존
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7% 내린 2,519.17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도 0.33% 오르는 등 국내 증시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 공식 출범이라는 이슈 때문에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관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33%), 대만 자취안지수(0.51%) 등은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1.13% 뛰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은 기업 감세다. 이에 기업 실적은 높아지고, 주가는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1기 출범 이후 6개월 만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가 1년 만에 23.73% 상승하는 등 ‘트럼프 랠리’가 이어졌다. 코스피 역시 같은 기간 21.59% 상승하면서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S&P500지수를 비롯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나 나스닥지수 등 미국 3대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트럼프 2기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효과가 크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트럼프가 취임 후 불법 이민자 추방, 보편 관세 도입 등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해서 고금리 장기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1기와 트럼프 2기의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트럼프 1기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무렵으로 기준금리는 최대 0.75%,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대였다. 양적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가까스로 인플레이션 위기를 넘긴 현 상황에 경기 부양책을 펼쳤다가 되레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發 3고에 신음하는 韓 증시
트럼프발(發) 신(新)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한국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스콧 베센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 적자를 3% 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관세를 높여 무역 적자를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베센트 지명자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5%대 국채금리, 4%대 기준금리, 3%대 인플레이션율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심의 보호 무역으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마저 무너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금리 격차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이를 통해 환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연방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를 찍지 않겠다는 뜻이고, 강달러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제 체력은 떨어지고, 외환 시장이나 금융 시장에서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