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이 유엔 당사국이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또 탈퇴한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선서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지구온난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했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2020년에 복귀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취임 첫날 또다시 탈퇴를 발표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탈퇴 선언은 "취임 직후 몇 시간 만에 발표된 에너지 관련 발표 중 하나로 글로벌 기후협상 참여에 대한 미국의 또 다른 변화"라며 "(이번 탈퇴로) 미국은 이란, 리비아, 예멘과 함께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가입하지 않을 유일한 4개국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탈퇴는 화석 연료 추출 및 생산에 더욱 주력하고,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기술에서 벗어나겠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기후변화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며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 화석연료 생산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친환경 정책을 모두 뒤엎겠다는 것으로 이날 미국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서 열린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에너지 가격 폭등과 정부의 과다 지출을 인플레이션 위기 원인으로 꼽으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를 예고하고 석유와 가스 시추를 계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미국은 제조업 국가가 가지지 못한 저력을 갖고 있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고, 이것을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에너지를 전 세계 각국에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려면 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에 공식적으로 탈퇴 서한을 제출해야 한다. 탈퇴는 서류 제출 후 1년 뒤에 공식 발효되기 때문에 미국의 협정 탈퇴는 내년에야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측에 탈퇴 서류를 제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기후재단 대표이자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핵심 설계자인 로렌스 투비아나는 AP통신에 미국의 탈퇴 계획에 안타까워하면서도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7년과 달리 미국이 이번 탈퇴로 급성장하는 청정에너지 기술 시장의 점유율 등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발생한 LA 산불처럼 미국인들이 심각한 기후변화 위기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청정 에너지기술 시장은 2035년까지 3배 이상 성장해 2조달러(약 2879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기후 고문을 지낸 지나 매카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에너지 독립을 이루며 양질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원한다면 청정에너지 산업 성장에 계속 집중해야 한다"며 "청정 기술은 미국 전역의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