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6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2조원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은 2년 만에 50%선에 바짝 다가섰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7월2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약 6개월간 삼성전자 주식 22조51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규모 1위였다.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6.46에서 50.30%로 6.16%p 낮아졌다. 2023년 1월25일(50.17%)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외국인들이 매도행렬에 나서며 주가는 8만3000원에서 5만3400원으로 35.7% 급락했다.
반면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55.54%에서 55.77%로 소폭 상승했다. 주가 역시 20만5000원에서 21만200원으로 소폭 올랐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 외국인 매도세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가장 먼저 꼽는다.
5세대 HBM(HBM3E)에 대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마무리 짓지 못하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 중국 덤핑 공세로 인한 범용(레거시) 메모리 수익 악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관세 리스크 등이 외국인 대량 매도의 배경이 됐다.
다만 금투업계는 삼성전자의 현 주가수준이 크게 떨어져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까지 낮아진 상황인 만큼 추가적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출시가 늦어지는 가운데 올해 중 HBM3E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 주가는 32% 하락해 PBR 0.9배로 역사적 하단을 기록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주가는 모든 악재가 이미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목표주가 감안시 상승 여력은 30% 이상인 반면 하락 위험은 1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3분기부터 엔비디아 HBM 공급 가능성이 확대된다"며 "블랙웰 출시가 지연돼 HBM3E 12단과 HBM4 제품 승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재고 감소세, 선단 공정 전환에 따른 웨이퍼 투입량 감소, 전략적 감산 시작 등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 DRAM, NAND의 전반적인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23일(한국 시각 오전 3시) 공개 예정인 갤럭시 S25가 2016년 갤럭시 S7 이후 9년 만에 최대 판매량을 달성, 온디바이스 AI폰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엔비디아향 HBM3E 공급이 확인되지 않으면 V자 반등은 힘들 것"이라며 "PBR 0.9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은 있지만 체질 개선이 확인될 때까지 박스권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주가에 있어서 HBM 시장 성과가 매우 중요하다"며 "3분기로 예상하고 있는 미국 고객향 HBM3E 12단의 판매 확대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한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PBR 0.9배까지 하락한 삼성전자 주가가 하방 경직적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본격적 반등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반등을 위해서는 최소한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향 안정화돼 가는 모습과 HBM3E 12단에서의 의미있는 성과가 임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시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