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매일경제·부동산R114 ‘리치그래픽스’ 분석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주택 가격이 2014년 강남구 평단가(3.3㎡당 2912만원)를 넘어섰다. 2014년 3.3㎡당 가격이 각각 1629만원 1688만원이었던 성동구와 마포구는 2024년 4680만원, 4322만원으로 10년 전 강남구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모두가 강남구 같은 수준으로 살게 됐을까. 소득은 그만큼 늘지 못했고 부의 격차는 커졌다.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연소득금액이 1억원을 넘긴구는 5곳에 불과했다.
연소득 1위와 25위 자치구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기준 연소득 1위는 용산구로 1억5379만원을 기록한 반면, 25위인 강북구는 6527만원으로 양측 격차는 8852만원에 달했다. 3년 전인 2021년 연소득 1위였던 강남구(1억4125만원)와 최하위였던 강북구(6284만원) 간 격차 7841만원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3.3㎡당 주택 가격 차이도 커졌다. 작년 기준 3.3㎡당 주택 가격 1위인 서초구(7795만원)와 최하위인 도봉구(2095만원) 간 차이는 5700만원으로, 3년 전 1위였던 강남구(7024만원)와 금천구(2355만원)의 격차인 4669만원보다 늘어났다.
한국의 부동산 쏠림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한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4022만원, 부채는 9128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이 75.2%에 달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미국(28.5%), 일본(37%), 영국(46.2%) 등 주요 선진국(2020~2021년 기준)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높다.
문제는 이러한 부동산 자산 증가가 실질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생산적인 기업 투자나 기술 혁신 대신 부동산 투자에만 자금이 쏠리면서 일종의 ‘모래성’이 쌓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높은 토지 가격은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자본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박정호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 투자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곳이 사라지면서 경제 주체들이 더욱더 부동산 투자로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 차원의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부동산 구매를 위한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구입에 모든 여유 자금을 투입하다 보니 은퇴 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구입 비용에 가계대출을 포함한 큰 자금이 투입되면서 소비력이 떨어지고 내수가 타격을 받는다”며 “특정 선호 입지에 부동산 수요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거시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부동산자산 격차가 세대 간, 지역 간 양극화로 확대되면서 사회적 이동성이 크게 저하되는 것도 문제다. 실제 소득 증감에 따라 계층 이동을 하는 ‘계층 사다리’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이동성은 2020년 이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22년 기준 소득이 늘어 계층(소득분위)이 오른 국민은 17.6%로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높아진 진입장벽으로 인해 자산 형성 자체가 어려워져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매일경제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