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술 결합 경쟁 치열
시장 규모 508억→ 3010억달러
성능개선·비용절감·개인화 확장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급성장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말 그대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타고 이동하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와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자동차에 접목해 ‘대화하는 모빌리티’를 구현하는 데도 소매를 걷었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SDV 시장 규모는 올해 508억1000만 달러(약 73조2121억원)에서 2034년 3009억8000만 달러(433조6821억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19.47%에 달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년까지 자율주행을 핵심 기능으로 하는 SDV 시험 차량 개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뒤 이렇게 확보한 기술을 양산차에 순차 적용한다. 지난달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 뛰어들었다.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는 SDV의 핵심 부품인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기업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와 손을 잡았다. 폭스바겐그룹, 메르세데스 벤츠, BMW,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등은 자체 운영체제(OS) 개발에 나서고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SDV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성능 개선이나 리콜 수리가 가능해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지금 완성차업계는 소프트웨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은 SDV에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렇게 하면 운전자가 말로 하는 명령을 AI가 학습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에서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모델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기아는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EV3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챗GPT를 장착했다. 폭스바겐도 신차에 챗GPT를 활용한 지능형 음성 비서 ‘IDA’를 적용하고 있다. BMW는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했다. 벤츠는 지난해 ‘CES 2024’에서 생성형 AI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SDV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인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GM, 포드 등은 애플이 시도했다가 무산된 ‘애플카’ 프로젝트의 핵심 인재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는 올해까지 정보기술(IT) 전문 인력을 최대 2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재 확보를 위해 수십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완성차업계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전환하면서 인재 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