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호재와 사상 최대 실적에도 국내 AI(인공지능) 대장주 SK하이닉스 (222,500원 ▼3,000 -1.33%)가 하락하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성장 여력이 풍부하다며 매수 대응을 추천했다.
23일 오전 11시 12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7000원(3.1%) 하락한 21만8500원에 거래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2만1000원에 시작했으나, 장 중 낙폭을 키웠다. 한때 21만5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시각 현재 반도체 빅2 삼성전자 (53,900원 ▼400 -0.74%)도 1%대 약세다. 엔비디아-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밸류체인에 묶인 한미반도체 (123,200원 ▼2,900 -2.30%)는 3%대 하락 중이다.
간밤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이 강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61% 올라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 1.28% 뛰었다.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4.43%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4.13%), 오라클(6.75%), Arm홀딩스(15.93%) 등도 나란히 강세를 보였다.
간밤 뉴욕 증시를 이끈 건 트럼프발 AI 투자 기대감인데, 국장에는 온기기 미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스타게이트'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향후 4년간 미국 AI 인프라 구축에 5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급 실적마저 효과를 내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발표회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영업이익률 35%), 순이익 19조7969억원(순이익률 30%)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매출액은 기존 최고였던 2022년(44조6216억원)보다 21조원 이상 높았고, 영업이익도 2018년(20조8437억원)을 넘어섰다.
재료 소멸과 차익실현 매물 출회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30%(22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2.9%의 상승분을 쌓은 바 있다. 다음 주 일주일간의 국내 증시 휴장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해석도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화를 위한 매도에 나서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늘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가 메인 이벤트"라며 "다만 최근 주가가 22만원 선까지 단숨에 올랐던 과정에서 기대치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어 단기 '셀온'(Sell-on)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 장기 연휴에 대비한 일부 포지션 정리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단기 변동성을 키우더라도, 중장기 관점의 우상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주가 하락 시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AI 열풍에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로 수익성이 강화되고 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내 우위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바탕이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형성할 것"이라며 "2분기부터 PC 수요 교체, 서버용 GPU(그래픽저장장치)가 적용된 Rack(랙) 출하 모멘텀(상승 동력)이 본격 가세할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고부가 중심의 수요 양극화가 SK하이닉스의 HBM 주도권을 더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을 유지했다.
머니투데이 김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