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0.5%)의 1/5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건설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더 심화되는 등 내수회복이 지연된 탓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0%에 턱걸이했다. 4분기 부진 영향이 컸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1분기 0.5% 성장을 전망했는데 다음달 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1%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 성장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1분기 GDP는 1.3% 증가하며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기 보다는 일시적 영향이 컸다. 2분기(-0.2%)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3분기와 4분기는 모두 0.1%씩 성장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뜯어보면 민간소비가 준내구재(의류·신발 등)와 서비스(의료·교육 등)를 중심으로 0.2% 증가했다. 지난 전망(0.5%)에 못 미쳤다.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심리 위축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일정 부분 있다.
정부소비는 사회보장 현물수혜(건강보험급여비) 위주로 0.5%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 제조용장비 등)를 중심으로 1.6% 늘었다. 반면 건설투자는 3.2% 감소했다.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GDP가 전망치를 하회한 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 영향이 컸다"며 "건설투자는 예상보다도 더 부진이 심화됐고, 민간소비는 예상치 못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IT 품목(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0.3% 증가했다. 플러스 전환이다. 수입은 자동차와 원유 등이 줄어 0.1% 감소했다.
성장 기여도는 순수출이 0.1%포인트(p)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순수출 기여도는 -0.8%p 였는데 플러스 전환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p다. 완만한 회복 흐름을 기대했던 내수 회복이 '정치 충격'에 지연되면서 성장에 기여하지 못했다. 주체별 기여도는 민간이 0.2%p, 정부가 0%p를 기록했다.
실제로 연말 카드사용액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의 전년 동기대비 증감율은 지난달 1~24일 4.9%를 기록했는데, 25~31일 기준으로는 -0.9%로 급락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이 부진하면서 올해 성장률 하방 위험도 커졌다. 신 국장은 "건설투자는 올해까지 부진이 이어지겠고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1분기 성장률도 당초 전망(0.5%)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정책 변화나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정 신속 집행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