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 66조원, 전년 대비 102% ‘껑충’…창사 이래 최대치
영업익, 삼성전자 DS부문 제쳐…12단 HBM3E 등 올해도 ‘맑음’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 필수재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와 연간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이 66조1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3조4673억원(영업이익률 35%)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매출은 기존 최고였던 2022년보다 21조원 이상 높았고, 영업이익도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8년의 성과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사상 최고 기록을 1분기 만에 갈아치웠다.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2% 증가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은 15% 늘어난 8조828억원(영업이익률 41%)에 달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15조원대)을 처음 추월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 영업이익(6조5000억원)까지 넘었다.
D램 업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HBM 납품사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D램을 여러 장 쌓은 HBM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고성능 AI 칩에 붙어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저장·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 D램 가격의 5배가량인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HBM 매출은 전년과 비교할 때 4.5배 이상이었고, 4분기 HBM 매출은 전체 D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HBM3E 12단 제품은 올해 상반기 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6세대인) HBM4 제품은 올해 하반기 중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들의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고 AI 추론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필수인 HBM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 역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용 제품 시장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한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 하반기로 갈수록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맞춤형 반도체(ASIC)의 부상도 호재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빅테크들이 잇따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이들 칩에도 HBM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SIC 기반의 고객 수요가 의미 있게 증가하며 고객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AI 기술의 트렌드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고사양 HBM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SK하이닉스는 “AGI(범용인공지능)를 위해선 추론에도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면서 HBM 성장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기업 외에 국가 차원의 투자 계획도 발표되고 있으며, CES 2025에서 주목받은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 등도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