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AI(인공지능)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5000억달러(약 72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도 안 돼,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들은 돈이 없다”며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정부효율부 수장)가 대통령이 취임 직후 직접 발표한 구상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트럼프가 지원하는 AI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는 21일 트럼프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러클 회장을 대동해 스타게이트 구상을 밝힌 지 6시간 후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의 돈이 없다”고 X에 썼다. 그러면서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 미만의 돈을 갖고 있다.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은 것”이라면서 “그들은 돈 생각은 안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당사자인 샘 올트먼이 등판했다. 그는 머스크 글에 댓글로 “당신의 업적을 진심으로 존경하며 우리 시대의 가장 영감을 주는 기업가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리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당신도 아시겠지만 틀린 말이다. 이미 진행 중인 현장을 방문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또 “(이 프로젝트는)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이라면서 “국가에 최선인 것이 항상 당신 회사에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지만, 당신이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했다. 사실상 머스크를 비꼰 것이다.
이번 설전은 AI 동업자였다가 적(敵)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오랜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와 올트먼은 2015년 오픈AI를 함께 설립해 운영하다 2018년 AI 철학이 맞부딪히며 갈라섰다. 머스크는 AI 기술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할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인류를 위한 공공재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올트먼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영리 목적 활용과 상업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머스크는 오픈AI를 떠나 독자 AI회사 xAI를 설립했고, 오픈AI와 AI 생태계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calli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