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가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부채 비율은 줄이면서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도 크게 상승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올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생산 및 미래 성장 인프라에 대한 투자 여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현금성 자산 규모는 14조2000억원으로 전분기(10조8600억원)보다 30.7%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현금성 자산은 역대 분기 기준 최대치였지만 1개 분기만에 이보다 3조원 이상 많은 수치를 달성한 것이다.
반면 차입금은 2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21조8400억원)보다 8600억원 줄었다. 전년 동기(29조4700억원)와 비교하면 6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분기별로 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별 차입금 비율의 경우 지난해 1분기 53%, 2분기 42%, 3분기 33%, 4분기 31%로 줄었다. 차입금은 사업을 위해 외부에서 빌린 부채인데, 그 규모가 줄어들수록 재무 상태도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순차입금 비율도 지난해 1분기 35%, 2분기 26%, 3분기 17%, 4분기 12%로 낮아졌다. 순차입금은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뺀 순수 차입금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 2022년부터 순차입금이 급격히 늘어 2023년 말 정점을 찍으며 재무구조가 불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최신 5세대 'HBM3E' 제품을 업계 최초로 공급하는 등 지난해 HBM 시장에서 실적을 크게 늘리면서 재무구조 개선세도 가팔랐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1조원으로 전년 동기(4조원)보다 7조원 증가했다. 전분기(7조8000억원) 비해서도 3조원 이상 늘었다. 그 만큼 고수익 메모리 제품 판매를 통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호실적에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4.3배로 전년 동기(-7.6배) 대비 크게 상승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자보상비율이 1배 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얻는 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 반면 1배보다 크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내고도 남는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재무구조 개선에 힘입어 올해 투자 여력을 HBM 등 고부가 메모리 생산과 인프라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 투자와 미래 성장 인프라 확보를 위한 M15X, 용인 공장 건설로 올해 투자 규모는 작년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프라 투자는 지난해보다 큰 폭 늘릴 방침이다.
뉴시스 이지용 기자